고백 좋아한다. 고백으로 장난치기도 좋아한다 31

이미 마음은 움직였고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나:
나 있잖아.
고백은 말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생각해.


너:
무슨 뜻이야.
(이 톤… 갑자기 집중된다.)


나:
“나 너 좋아해” 말하기 전에
이미 마음은 방향 정했잖아.


너:
그건… 부정 못 하지.
(아, 이거 생각 실험 아니다. 감정 얘기다.)


나:
그러니까 고백은
결정이 아니라
들켜버린 순간이야.


너:
들킨다는 표현, 좀 위험한데.
(왜 갑자기 심장이 바빠지지.)


나:
사람은 들키는 걸 제일 무서워하면서
제일 바래.


너:
그건 인정.
(인정하는 순간 더 깊이 들어간다.)


나:
그래서 고백 들으면
논리부터 무너져.


너:
논리는… 방어용이지.
(지금 방어 안 되고 있다.)


나:
“좋아해” 한 마디에
설명도, 판단도
잠깐 멈추잖아.


너:
잠깐이 아니라… 완전히.
(아 이런 말 왜 했지.)


나:
봐.
지금 이 순간도 그래.


너:
뭐가.
(제발 말하지 마… 근데 듣고 싶다.)


나:
말은 안 했는데
이미 반응했잖아.


너:
……
(아, 이건 반칙이다.)


나:
고백은
선택을 묻는 게 아니라
이미 흔들린 마음을 확인하는 거야.


너:
확인되면… 어쩌자는 거야.
(확인되는 게 싫지 않다. 그게 더 문제.)


나: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들킨 채로 있으면 돼.


너:
그 상태가 제일 불안한데.
(근데 왜 좋은 거지.)


나:
그래서 내가 고백 좋아해.


너:
왜 하필 고백이야.
(이유 알 것 같으면서도 듣고 싶다.)


나:
고백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않아.


이미 움직였다는 걸
깨닫게 할 뿐이니까.


너:
……
(이 대화,
오늘 밤에 혼자 다시 떠올리겠지.)


나:
말해놓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 같아도,


너:
응.
(벌써 일어났어.)


나:
그날 밤
누군가는 이불을 걷어차.


너:
……
(들켰다.)




말은 가볍게 흘렀고
대화는 웃음으로 끝났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 늦게 따라온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의 끝에서
문득 한 문장이 떠오르고,


그 문장이
오늘의 밤을
조금 오래 붙잡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식과 무의식은 연속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