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경계가 흐릿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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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1. “연속선”의 오해부터 바로잡자
대부분 사람들이
의식–무의식 연속선이라고 하면 이렇게 이해한다.
“완전 무의식 ↔ 완전 의식
중간은 그냥 애매한 상태”
이건 정확하지 않다.
연속선이라는 말은
경계가 흐릿하다는 뜻이 아니라
처리 수준이 단계적으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즉, 이건 양의 문제가 아니라 해상도의 문제다.
2. 의식은 스위치가 아니라 ‘렌즈’다
의식을 ON/OFF로 보면 모든 논쟁이 망가진다.
의식은 스위치가 아니라
초점과 해상도를 조절하는 렌즈에 가깝다.
그래서 같은 뇌 활동이라도
어떤 것은 보이지 않고
어떤 것은 어렴풋이 느껴지고
어떤 것은 선명하게 자각된다
3. 의식과 무의식의 단계
조금 더 구조화해보면 이렇다.
가. 완전 무의식 (Zero resolution)
반사
자동화된 습관
조건 반응
주의도 없고, 자각도 없다
뇌는 처리하지만 “나”는 없다
나. 저해상도 의식 (Low resolution)
막연한 불편함
이유 없는 끌림
설명 못 하는 느낌
자각은 없지만 ‘느낌’은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상태
이 단계가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지점이다.
여기서 이미 의식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다.
다. 중간 해상도 (Medium resolution)
감정 인식
망설임
갈등
이제 주의(attention)가 명확히 개입한다
하지만 아직 언어화는 불완전하다
“이상하다”
“뭔가 걸린다”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 단계에서 이미 결정은 70~80% 기울어져 있다.
라. 고해상도 의식 (High resolution)
명확한 자각
메타 인식
“내가 왜 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여기서 비로소
우리는 “결정했다”고 보고(report)한다
4. 결정 직전의 뇌 신호는 정확히 어디에 있나?
이것이 핵심이다.
결정 직전의 뇌 신호는
무의식이지만 ‘주의가 개입된 상태’다
이 말은 아주 정밀한 의미를 가진다.
이건 자동 반응이 아니다
반사도 아니고
습관도 아니고
단순 조건 반응도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의식도 아니다
아직 언어화 안 됨
아직 “내가 결정했다”는 자각 없음
이 상태에 대해서 아래 5번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5. ‘프리뷰 상태’라 표현할 수 있다.
이 단계는
결정의 예고편(trailer) 같은 상태다.
장면은 이미 편집되고 있고
흐름은 이미 정해졌고
하지만 아직 “상영”은 안 됐다
뇌는 이미
행동 방향을 준비하고
감정 톤을 정하고
가능성들을 좁히고 있다
의식은 아직 관객석에 앉기 직전이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건 보통 이거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미 마음이 한쪽으로 가 있다”
이건 착각이 아니다.
이미 가 있고, 아직 설명만 못 하는 상태다.
6. 그래서 자유의지 논쟁이 이렇게 꼬인다
사람들이 자꾸 싸우는 이유는,
A 진영: “뇌가 먼저 결정한다 → 자유의지 없다”
B 진영: “그래도 우리는 생각하고 선택한다 → 자유의지 있다”
둘 다 절반만 맞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거다.
결정은 고해상도 의식 이전에 형성되고
의식은 그 결정을
‘확인·조정·책임화’하는 단계다
의식은
결정의 창조자라기보다
결정의 해상도 증폭기다.
7.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장
이걸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의식은 결정을 만들지 않지만,
그 결정을 ‘나의 것’으로 만든다.
책임
서사
의미
윤리
이 모든 건
고해상도 의식에서만 발생한다.
8. 이 글의 요점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의식은 아무 역할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처음부터’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방향을
알아차리고,
책임지고,
받아들이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