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서점이었을까? 그 가게는
사진: Unsplash의 Lucy Claire
나는 길 건너편에 서 있었다.
건너지 않을 거리였다.
딱, 바라볼 수만 있는 만큼의 거리.
햇살을 받은 가게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릴 적 애인이었다.
시간이 흘렀다는 건 머리카락이 먼저 알려줬다.
희끗희끗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수가 훤했다.
살아온 세월이 얼굴을 망치지 않고
정리해 놓은 사람처럼.
나는 그의 정면을 보지 않았다.
옆모습만 보였다.
사람의 옆모습은
이미 끝난 관계가 남겨두는 각도다.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고르듯 잠시 머물렀고
곧 아무것도 들지 않은 손으로 나왔다.
살 것도, 남길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휙,
설명도 인사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
그의 남동생이 뒤따라 나왔다.
형이 떠난 자리를 늦게 깨달은 사람처럼
한 박자 늦은 걸음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부르지 않았고
따라가지도 않았다.
길은 그대로 길이었고
햇살은 여전히 내 쪽에도 닿아 있었다.
건너지 않아도 되는 꿈이었다.
보는 것으로 충분한 꿈.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