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두번째 만남
*사진: Unsplash
돌아서서 걸어가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았다.
그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저.."
"네?"
그 남자다.
어느 샌가 뛰어와서 어깨를 톡톡 친다.
"어느쪽으로 가세요?"
"네??"
순간, 머릿속이 한 박자 늦게 돌아갔다.
어느 쪽이라니.
집? 라면? 인생?
그는 내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아, 이런 질문에 익숙하다는 얼굴이었다.
“아… 라면 코너요.”
내가 말했다. 정확히는 대답했다기보다 고백에 가까웠다.
“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랑 같네요.”
우리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카트도 없이, 목적지만 공유한 채로.
라면 봉지들이 벽처럼 쌓여 있었다.
빨강, 검정, 노랑.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도 복잡한 선택지들.
“보통 뭐 드세요?”
그가 물었다.
“그날 기분 따라요.”
나는 라면을 보며 말했다.
“괜히 맵게 먹었다가,
왜 이렇게까지 자극적으로 살았나 반성하고.”
그는 웃었다. 이번엔 소리까지 났다.
라면 코너에서 웃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이미 지쳐 있거나, 대충 살기로 합의한 얼굴이니까.
“그럼 오늘은 어떤 날이에요?”
그가 물었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보다는,
누가 묻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해서.
“음…
처음 보는 사람한테
라면 취향을 들켜도 되는 날?”
그는 검은 봉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건 어때요.
너무 과하지도, 너무 안전하지도 않은 쪽.”
나는 그 라면을 봤다.
그리고 그를 봤다.
이상하게도
라면보다 먼저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마트의 형광등 아래에서,
우리는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첫 장면을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