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서 만나지 못하는 관계

폭주할 것을 아니까, 그렇지 않기 위한 거리두기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너무 좋아서

오히려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


좋아하면 만나야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어떤 감정은 가까워질수록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뒤에야 알게 된다.


그 사람을 만나면

분명 잘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웃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 사람이다"라는 행복감 속에

잠시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을 너무 잘 안다는데 문제가 있다.


감정이 큰 사람들 사이의 거리

감정이 큰 사람들은

가볍게 머무는 법을 잘 모른다.


조금의 호감도

곧 존재 전체로 번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도

의미가 되어 가슴에 남는다.


그래서 어떤 관계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끝에 가 있다.


아직 손을 잡지도 않았는데

이미 이별의 풍경이 보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감정의 폐허를 상상하게 된다.


그건 불안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직감이다.


좋아하지만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

좋아하지만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붙잡고 싶은 마음보다

놓아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할 때,

사람은 비겁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직해진다.


그 관계를 택하지 않는 건

상대를 덜 좋아해서가 아니다.

너무 좋아서

서로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가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두 가지의 질문이 이어서 변화할 때,


그의 삶의 방향성이

나로 인해 변하게 된다면,

나는 이악물고

그를 놓아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사랑이니까.


이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책임에 가깝다.


만나지 않음으로써 지키는 것들

그건

상대의 삶,

나의 삶,

그리고

감정이 아직 아름다운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


모든 인연이

현생에서 완성되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는

거리 속에서 가장 온전해지고,

만나지 않음으로써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


너무 좋아서, 여기까지

그래서 나는

너무 좋아서

한 발 물러선다.


그가 그의 삶을 살아가길

그의 길로 걸어가길


감정이 커질 것을 알기에

서로의 세계를 흔들 것을 알아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을

마지막 장면으로 남겨둔다.


포기도 회피도 아니다.


그저

감정을 아는 사람이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다.


만나지 않았기에

그는 그의 길을 가고

그의 삶을 완성한다.

그로 인해 나는 미완의 만남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너무 좋아서

만나지 못하는 관계는

이렇게

조용히 존재한다.


- 2030년의 파국, 그리고 그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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