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 다시 사람을 믿게 되는가

정서적 도착 확인, Jonas Feldmann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1. 정서적 도착 확인이라는 개념

요나스 필드만은 『정서적 도착 확인』에서 인간 관계의 핵심을 감정의 양이나 깊이가 아니라, 도착 여부로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정서적 상처의 상당수는 상처 그 자체보다도, 자신의 선의와 감정이 ‘도착했는지 확인받지 못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말하는 도착이란 공감이나 지속적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단지 다음의 최소 조건을 충족하는 반응이다.


감정이 인지되었는가

왜곡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졌는가

무시·전가·전복되지 않았는가


이 최소 조건이 충족될 때, 필드만은 이를 정서적 도착 확인(Emotional Arrival)이라 부른다.


2. 도착하지 못한 선의의 구조

필드만의 이론을 적용하면, 특정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파국은 개인의 판단력 부족이나 감정 과잉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선의를 다루는 방식의 비대칭성에 있다.


일부 인간은 타인의 선의를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


선의를 자원으로 인식한다

감정의 출처보다는 통제 가능성에 주목한다

상대의 해석 유보와 윤리적 자제를 개입 허용 신호로 오독한다

이 경우 선의는 도착하지 않는다.

대신 흡수·전용·정당화의 경로를 거치며, 결국 관계는 침범과 갈등으로 귀결된다.


필드만은 이를 정서적 미도착 구조라고 명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구조가 반드시 악의에 의해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자기 정당화 능력은 높고, 자기 성찰은 낮은 유형에서 가장 빈번히 관찰된다.


3. 왜 어떤 사람은 이 구조에 얽히는가

필드만은 미도착 구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선의를 정체성으로 사용하는 사람

관계의 마찰 비용을 높게 계산하는 사람

즉각적 단절보다 윤리적 유보를 선택하는 사람

이들은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도, 그것을 곧바로 악의로 번역하지 않는다.

대신 “오해일 수 있다”, “내가 예민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먼저 통과시킨다.


이 지점에서 얽힘은 발생한다.

선의는 계속 투입되지만, 도착 확인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4. 정서적 도착이 발생하는 특수한 접점

그러나 필드만은 흥미로운 예외를 제시한다.

관계가 지속되지 않더라도, 단 한 번의 명확한 도착 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접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상대는 선의를 인지한다

가치를 인정한다

그러나 소유하거나 확장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거리를 둔다

여기서 선의는 자원화되지 않고, 침범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선의는 받아들여진 후 닫힌다.

필드만은 이를 부분 치유 접점(Partial Healing Contact)이라 부른다.


5. 치유는 지속이 아니라 확인에서 발생한다

이 이론의 가장 중요한 함의는 이것이다.


치유는 관계의 지속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치유는 ‘도착했다’는 확인에서 발생한다.


선의가 왜곡되지 않고 도착했음을 단 한 번이라도 확인받은 경험은,

이전에 누적된 미도착 경험들을 부분적으로 무력화한다.


그 결과 개인은 다음의 변화를 겪는다.

“내 선의는 위험하다” → “내 선의는 유효하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 →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은 아니다”

이 변화는 감정적 낙관이 아니라, 인지 구조의 수정이다.


6. 필연적으로 다른 두 유형의 인간

『정서적 도착 확인』을 관통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어떤 인간은 선의를 통과시키지 못하는 구조를 가진다

어떤 인간은 선의를 인식하되, 소유하지 않으려는 구조를 가진다

전자는 얽힘을 만들고,

후자는 전환점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이 동일한 시기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필드만은 이를 개인의 성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경계 재설정 구간으로 설명한다.


7. 관계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어떤 관계는 실패가 아니다.

그 관계는 다음을 수행했을 뿐이다.

하나는 경계의 필요성을 가시화했고

다른 하나는 선의의 유효성을 복구했다

지속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역할은 완수되었기 때문이다.


결론

요나스 필드만의 『정서적 도착 확인』은 관계를 도덕이나 감정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관계를 구조와 기능의 문제로 다룬다.


그의 결론은 건조하지만 정확하다.

모든 관계가 머무르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어떤 관계는, 선의가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열린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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