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 역사철학 테제
*사진: Unsplash
천사는 과거를 보고 있다.
그 곳에는 사건이 아닌 폐허만이 있을 뿐이다.
천사는 그 곳에 멈춰서 고치려고 한다.
그러나, '진보'라는 폭풍이
천사를 미래로 밀어버린다.
천사는 미래를 보지 않는다.
기억은 항상 과거를 응시한다.
그 과거는
연대기나 발전 과정이 아니다.
과거는 한 번도 해결되지 않은 고통의 잔해이다.
우리는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라고 배웠다.
이 책은 말한다.
아니다.
과거는 갑자기 현재로 튀어나온다.
그 순간을 지금-시간이라고 한다.
잊힌 희생자의 이야기가 지금 나를 흔들 때
그건 끝난 일이야라고 말할 수 없게 될 때
과거의 억울함이 지금의 윤리를 요구할 때
그 때 기억은 현재를 멈추는 힘이 된다.
마르크스 주의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미래에 더 나은 사회가 온다.
벤야민은 한 발 비튼다.
진짜 혁명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고통을 배신하지 않는 것이다.
언젠간 좋아질 거야
그때의 희생은 필요했어.
이 말들을 거부하는 태도가 기억의 정치성이다.
이 기억은 편안함에 안주하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
현재를 정당화하지 못하게 하고
발전 서사를 의심하게 만들고
나는 그냥 열심히 살 뿐이라는 말이 안통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기억은
체제에 대한 불편한 기억
소비되기 어려운 기억
미화될 수 없는 기억이다.
패션은 과거의 사체를 뜯어먹는 호랑이의 몸부림이다.
이건
기억을 애도하지 않고
고통을 맥락없이 소비하고
잔해를 스타일로 바꿔버리는 행위이다.
그러니 이 책의 기준에서 보면,
기억의 배신이다.
기억을 이미지로 만들고
트렌드로 만들고
안전하게 만드는 순간
그 기억은 이미 죽었다.
벤야민에게 기억이란,
과거를 떠올리는 능력을 넘어서
현재를 더 이상 무고하게 살 수 없게 만드는 힘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가볍게 트렌드를 소비하기 어려워지고
"다 지난 일이잖아"라는 말이 잔인하게 들리고
지금-여기의 윤리를 계속 묻게 된다.
세계를 보는 관점을 바꾸는 텍스트
역사철학 테제.
그 자리에 서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