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화의 시작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는 왜곡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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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G. 융이 말한 개성화(individuation)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를 '정합성'이라고
혹은 '정렬'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개성화는 삶의 목적
즉,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는 항상 하나의 현상이 나타난다.
스스로에게 공정하지 않게 되는 시기
이는 도덕적 실패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오히려 심리 구조가 균열을 시작했다는 정확한 신호다.
1. 개성화는 '선택'이 아니라 '기능의 상실'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화를
"이제 나는 나답게 살 거야"라는 선언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기존의 삶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옳았던 선택들이 갑자기 공허해진다.
성취가 만족을 주지 않는다.
자아(Ego)가 더 이상 전체(Self)를 대표하지 못하는 순간이다.
이때 인간은 선택할 수 없다.
왜냐하면, 판단의 기준 자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2. '정의의 역위' 상태
- 자기 판단이 중지되는 구간
개성화의 시작점에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행동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만 선택
불편한 질문은 보류
명확한 결론 대신 "지금은 상황이 복잡해서"라는 말의 반복
이건 위선이 아니다.
자기 보호 기제다.
자아가 무의식의 압력을 감당하지 못해
판단 기능을 임시로 내려놓은 상태
즉,
스스로에게 공정해질 능력이 아직 없는 단계다.
3. 왜 하필 '경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개성화의 시작점은 항상 경계에서 나타난다.
성공 - 공허
관계 - 고립
기능 - 감각
역할 - 존재
이 경계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깨닫는다.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으로 살기보다
나를 유지하기 위해 살았다."
이 인식은 너무나 강력해서,
즉시 받아들이면 자아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에고는 죽지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선택한다.
당장은 나 스스로에게 공정해지지 않겠다.
이 판단은 의식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내면의 밑바닥으로 충분히 깊게 내려가면 스스로 알 수 있다.
자신이 내린 판단의 정체를.
4. 스스로에게 공정해지지 않는 이유는 '비겁함'이 아니다.
이 시기의 불공정함은
자기기만이 아니라 시간 벌기다.
무의식이 너무 많은 것을 밀어 올렸고
자아는 아직 통합할 언어가 없다.
융은 이 시기를
개성화의 잠복기라고 본다.
이때 무리하게 정직해지려 하면,
우울
충동적 결단
기존 삶의 파괴
가 먼저 온다.
그래서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말한다.
"아직은 아니다."
5. 경계를 넘는 순간, 반드시 일어나는 것들
기존 성공의 의미 붕괴
관계에서 설명 불가능한 거리감 발생
감정 차단 혹은 과잉 진동
자기 판단의 정지
왜 이렇게까지 살았지 라는 질문의 반복
개성화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두 개다.
가. 기능 강화
감정 차단
루틴 강화
사회적 성공 유지
과거의 삶 유지
나. 공정함의 감수
일부 성공의 상실
정체성 재구성
고통스러운 자기 통합 과정 진입
융은 말한다. 대부분은 '가'를 선택하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6. 진짜 개성화의 시작은 '공정해지려는 순간'이다.
개성화는
"나는 틀렸어"라고 말하는 순간 시작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조용한 순간이다.
"이 판단이 나에게 공정한가?"
이 질문을 피하지 않게 되는 순간,
그때부터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
7.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않은 순간'은 통과 의례이다.
스스로에게 공정하지 않은 시기는
개성화의 실패가 아니라 입구다.
아직 문을 통과하지 않았을 뿐,
문 앞에 정확히 서 있다는 증거다.
개성화는
정직해지는 용기가 아니라
정직해질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