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인정이 아니라 존중이다.

끝없는 인정 갈망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 You Don't Need Validation—You Need This Instead/ Why being valued is what actually changes everything. Antonieta Contreras 칼럼을 읽고


인정이 아니라, 존중에 대하여

요즘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내 감정을 인정해 주면 돼요.”


이 문장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자주 반복될수록 어딘가 불안한 울림을 남긴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인정’일까.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조용한 어떤 것일까.


이 글은 인정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디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를 차분하게 되짚는다.

그리고 결국 묻는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존중이 아니냐고.


인정은 원래 목적지가 아니었다

심리치료에서 인정은 철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응급 처치에 가까웠다.


감정이 너무 고조되어 사고가 멈춘 사람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자리로 데려오기 위한

아주 제한적인 도구였다.


“당신의 감정은 존재한다.”

“그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이 말은

당신의 해석이 옳다는 선언도,

현실 판단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아니었다.


인정은 성찰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찰이 가능해지도록 하기 위해 놓인 다리였다.


인정이 자존감의 대체물이 되었을 때

문제는 인정이 치료실을 벗어난 뒤 시작된다.


어느 순간부터 인정은

감정을 다루는 도구가 아니라

자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내 감정을 인정해줘”는

“내 생각에 동의해줘”로 바뀌었고,

이내

“동의하지 않으면 나를 무시하는 거야”로 확장되었다.


이때부터 감정은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보호해야 할 정체성이 된다.


다름은 공격처럼 느껴지고,

질문은 부정처럼 들린다.


인정은 더 이상 관계를 열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를 시험한다.


트라우마와 공감의 위험한 접점

트라우마는 기억만 남기지 않는다.

인식을 바꾼다.


이미 지나간 위험이

현재의 애매함에 덧씌워진다.

신경계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에 반응한다.


이때 무분별한 공감은

의도와 달리 왜곡을 강화할 수 있다.


“그렇게 느끼는 게 이해돼요”와

“당신이 보는 방식이 맞아요”는 전혀 다른 말이다.


이 둘이 섞이는 순간,

공감은 치유가 아니라 고착이 된다.


감정은 잠시 가라앉을지 모르지만,

사고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정이 아니라, 존중

이 글이 도착하는 곳은 분명하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인정이 아니라 존중이다.


존중은

매 순간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존중은

반대 속에서도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음을 안다.


존중받는다는 것은

항상 옳다는 뜻이 아니라,

틀릴 수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감각이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응석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가능한 말이 있다.


“당신의 고통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나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볼 수 있을까요?”


이 문장이 가능한 관계가

가장 안전한 관계다.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이란

끝없는 인정 갈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순하다.

자존감을 외주 주지 않는 것이다.


이해받지 못해도 무너지지 않고,

동의받지 않아도 자신을 잃지 않는 상태.


감정을 느끼되

그 감정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힘.


존중은 말로 주어지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반복된 경험 속에서

천천히 내면화된다.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고,

자신의 인식이 흔들릴 때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때

자존감은 성장한다.

이것이 바로 관계와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비결이다.

-Antonieta Contreras"


이 칼럼이 말하는 성장은

더 많이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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