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흡혈귀 왕가 혈통 노스페라투 바르디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매우 어렵게 혈맹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주로 맥주를 마시지만 근래의 유행에 맞게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도 등장했다. 스님은 술을 매우 애정해서 기네스 생맥주 버전과 하이볼을 위한 탄산수 제조기를 갖고 나타났다. 쏘울메이트인 명상센터 스님은 진짜 출가한 스님은 아니다. 캐릭터가 딱 그러하다는 말이다. 명문가 태생으로 종교계에서 유명한 집안이라 목사님이나 스님이나 그런 분위기가 있다. 식사도 다 마치기 전에 스님은 하이볼 제조를 위한 준비로 바쁘다. 그렇게 신이 날 줄이야. 물론, 나는 술을 안 마신다. 매우 술을 애정하나 이제 금주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번 모임에서 술을 안 마신 건 아니다. 다만, 난 금주를 선언했다고 다시 다짐하는 말이다.
나: "젊어서 놀았어야 하는데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했어."
스님: "세상에서 너만큼 놀아본 사람도 없거든."
나: "아니 난 학창 시절에 그 흔한 떡볶이도 한 번 못 먹어 봤다고!!"
스님: "진짜 이상하네. 아니, 그게 왜 노는 거야?"
혈맹 1: "우리랑은 완전히 다른 유니버스에서 사는 거지."
나: "20대 때 놀아보지 못해서 한이 맺혔어. 그래서 사춘기가 늦게 온 건가."
혈맹 2: "나도 사춘기 없었어! 그래서 갱년기가 세게 왔었나?"
혈맹 1: "그래 갱년기 때문에 너 진짜 무서웠어. 근데 혈맹 3은 왜 못 왔어? 요즘 뭐 한대?"
스님: "뭐 하긴 집, 직장, 집, 직장 하겠지. 다 똑같아. ㅎㅎㅎ"
나: "아니, 내가 스님이 젊을 때, 필름카메라로 독사진 찍어줬잖아. 그걸 애들이 출판한다고 책표지로 만들어서 온라인에 올렸어. 제목이 '두 손 맞잡고 헤어지지 않는 법'이었나?! ㅋㅋㅋㅋ"
혈맹 2: "옛날에 스님이 인기가 엄청났어."
나: "아니 그거 보고 지방에서 여학생들이 손에 손을 잡고 올라왔거든. 그래서 그때 번개가 엄청 많았지. 그럼, 아니 번개를 왜 자꾸 치는 거야 그랬잖아."
혈맹 1: "그때 스님이, 우리 다 모여 있는데 '2차'가자더니 길거리에서 아는 여학생을 만나서는 거기로 따라가 버렸어."
나:"아니, 그 이야기 너무 많이 들었어.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십 수명이 만나기만 하면 그 얘길 하잖아. 각자의 버전으로 다 들어봤어. ㅋㅋㅋㅋ"
혈맹 1: "우리가 계속 전화를 했거든. 다들 시켜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전화했더니, 스님이 전화를 안 받아."
혈맹 2: "그거 모임 사진이라고 온라인에 올려서 댓글에 다들 스님 어디 갔냐고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좌르륵"
나: "전화로 댓글로 엄청 찾았구먼. 다들 스님이랑 논다고 엄청 기대했는데 갑자기 사라지니까 황당했겠지."
혈맹 1:"심지어 누가 스님이라는 사람 있는데 조심하라고 놀지 말라고 했어. 그날 나 처음 본 날인데."
나:"누가 그래? 누군지 궁금하네. 어떻게 그렇게 스님을 잘 알지?" "누군데?"
혈맹 1: "누구더라?"
나:"진짜 궁금하다 누군데?"
스님: "그 여학생이 그때 그러더라. 빚쟁이한테 독촉받냐고. 전화가 왜 자꾸 오냐면서."
혈맹 1:"그래 왜 전화를 안 받아.ㅎㅎㅎㅎ"
나: "번개 모여서 혈맹 1이 여학생들 앞에서 독후감 미리 준비 안 했다며 화낼 때가 제일 웃겼어."
"와우, 조용한 카페에서 일어나서
신간도 미리 안 읽고
할 말도 준비 안 했다고 엄청 엄하게 말하는데.. 푸핫"
스님:"일어서서 그런 거 아니야. 30분 동안 일장 연설을 했지. "
나: "난 옆에서 얼굴 가리고 어우 창피해. 다른 테이블에서 다 쳐다보는데.. 그리고 나도 신간 안 읽었거든. 옆에서 조용히 쫄아 있었어."
스님: "그때 그 여학생들이 안 이뻤어."
나: "아~ 그러셨어요? 난 일어나서 화낸 것만 알았지, 30분인지는 몰랐네."
혈맹 1: "왜 술만 마시면 그 이야길 하는 거야? '일어서서' 아니라고!!!"
나:"30분 아니라고는 안 하네 ㅋㅋㅋ 그럼 업데이트~! 30분간 일장연설"
혈맹 2: "왜 맨날 술 마시면 하는 레퍼토리가 각자 다 똑같아!!"
혈맹 2는 예의 그 썩소를 날리며 쌀쌀맞게 말을 했다.
그렇구나!
어째서 술자리 레퍼토리는 사람마다 늘 동일한 이야기일까?
나는 어째서 늘 젊어서 못 놀아봤다고 억울해하는 걸까?
해야 할 시기에 거쳐야 할 것들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마음속에 한으로 남는 건가? 그래서 달달한 위스키 하이볼을 마시면 더 놀걸!! 그러면서 내 안에 오래된 이야기들이 슬그머니 올라오는 건가? 연례행사인 혈맹들의 술자리에 참석을 하니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 엄청나게 신나긴 하다. 물론, 문학모임인데도 책 이야긴 거의 해본 적이 없다. 혈맹 1이 독후감 제대로 발표를 안 한다고 화냈던 때만 제외하면. ㅎㅎㅎ
"그 술자리, 그 말, 고장 난 라디오처럼 또 반복재생
그런데 왜 다들 유쾌한 거야!!"
"나, 흡혈귀 왕가 혈통
노스페라투 바르디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허니 탄산 하이볼의 빛을 받아
너 '무의식'이여,
봉인을 풀고 본모습을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