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균형에 대하여 1

흔들리지 않기 위해 멈추는 것이 아니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인간 관계에서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이다.


1. 중용은 평균이 아니라 정확한 지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은 흔히 오해된다.

이는 상황, 사람,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정확한 균형점이다.


용기는 무모함과 비겁함의 중간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의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이다.


관대함은 인색함과 낭비의 중간이 아니라

지금 이 관계에서 적절한 만큼을 내어주는 감각이다.


즉, 균형은 고정값이 아니라 판단 능력이다.

그래서 중용은 계산이 아니라

숙련의 문제이다.


균형은 어렵다.

이 감각은

중용이 평균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한다.


2. 균형은 억지로 잡지 않을 때 생긴다.

도가에서 균형은 잡는 것이 아니다.

비움과 흐름에서 나온다.


굽으면 온전해지고, 비우면 채워진다. - 도덕경, 노자


여기서 핵심은 무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 아니다.

밀어붙이지 않고

앞서서 통제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상태다.


균형은 힘의 합이 0이 되는 지점이 아니라

힘을 쓰지 않아도 유지되는 상태다.


잔잔하고도 고요한 그 지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바로 그 것이

도가에서 말하는 균형에 매우 가깝다.


3. 균형은 쾌락과 고행을 모두 통과한 뒤에 온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는

쾌락을 피하라는 말도, 고통을 참으라는 말도 아니다.


붓다는 둘 다 직접 끝까지 가본 뒤 이렇게 말했다.

"이 둘은 모두 해탈로 이르지 못한다."


중도는

욕망을 억누르는 것도 아니고

욕망을 따르는 것도 아니며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다.


그래서 불교의 균형은

집착이 없는 상태다.

이는

"기대하지 않는다."

"주권을 나에게로 가져왔다."

"나의 무게중심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등의 상태이다.

이건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착이 빠진 상태에 가깝다.


4. 균형은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자유는 감정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균형이란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흔들리는 것이 두려워서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흔들리면서 왜 흔들리는지 알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균형은

정서적 평정이다.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상태라면

이미 스피노자가 말하는 자유에 들어가 있다.


5. 균형은 확신이 아니라 판단을 유보하는 용기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성숙에 대해서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능력으로 봤다.


균형은

선과 악을 단순화하지 않고

관계를 즉시 규정하지 않고

모호함 속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굉장히 고급 능력이다.

불안정하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상태이다.


"모르겠어도 괜찮다."

"그저 여기 있다."

이는 아렌트가 말하는 사유하는 인간의 위치다.


6. 마무리

균형이란

판단의 숙련이고

억지 쓰지 않는 흐름이며

집착이 사라진 상태이고

감정을 이해한 자유이며

서두르지 않는 사유의 용기다.


그래서

낯설고도

조용하고

약간은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정체가 아니라

재정렬 이후의 균형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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