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기 위해 멈추는 것이 아니다.
*사진: Unsplash
균형은 오해를 많이 받는 상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균형을
감정이 없는 상태
흔들리지 않는 상태
중간쯤에 서 있는 상태로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보면 알게 된다.
균형은 결코 고요한 정지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균형은 계속 미세하게 흔들리며 조정되는 과정에 가깝다.
균형은 평균이 아니다.
균형은 타협이 아니다.
중간을 택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감각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어제는 과했고
오늘은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균형은 규칙이 아니라
판단의 능력에 가깝다.
균형은 감정을 없애지 않는다.
균형 잡힌 사람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느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감정이 자신을 끌고 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슬픔을 느끼되
슬픔으로 결정하지 않고,
애정을 느끼되
애정으로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다.
균형이란
감정 위에 서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격랑 속에서도 두려움없이 이를 다 받아들이고
감정과 나 사이에 한 겹의 여유를 두는 일이다.
균형은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생긴다.
균형을 잡으려 애쓸수록
오히려 한쪽으로 쏠린다.
잘 이해하려 하고
잘 맞추려고 하고
잘 버티려고 할수록
자신의 중심은 점점 사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균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허락하는 순간 찾아온다.
지금은 밀지 않아도 되고
지금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지금은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작은 허락
균형은 관계를 구원하지 않는다.
균형은 관계를 살리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누군가를 붙잡기 위한 전략도 아니다.
오히려 균형은 관계를 필요조건에서 선택사항으로 돌려놓는다.
관계는 가벼워지지만,
존재는 더 무거워진다.
서로를 흔들지 않아도 되고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지키기 위해 자신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균형 위의 관계는
사랑보다 조용하고
열정보다 안정적이다.
균형은 도착지가 아니라 상태다.
균형은 한 번 도달하면 끝나는 종착지가 아니다.
삶이 움직이는 한
균형은 계속 다시 잡아야 한다.
그래서 균형은
완성의 언어가 아니라
현재형의 언어다.
오늘의 균형은
내일의 그것과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을 허용할 수 있을 때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균형의 결과는 공이다.
균형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덜 원하게 된다.
무엇가를 얻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얻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상태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긴장이 사라진 충만함에 가깝다.
침묵이 불안이 아닌 상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상태.
균형은 삶을 안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
그 자리를 아는 것.
그것이
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