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만남의 타이밍만 알려주면 어쩔 거야.

by stephanette

전에 말했었나?

나의 대모님은 가톨릭 구마팀의 일원이다.

기도 봉사를 하는 봉사자라고 해야 하나.

내가 어릴 적의 일이라 정확한 직책은 모른다.

다만, 엄마는 대모님과 함께 여기저기 봉사를 다녔었고

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거나 기도를 해주었다는 것 정도.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잘 모른다.

다만 다시 연결되면, 나 역시 그 길 가까이로 끌려갈 것 같은 예감은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막상 가까이서 보면 별로 낭만적이지도 즐겁지도 않다.


엄마는 늘 환시나 환청 그런 것들에 대해 개념치 말라고 조언했었다.

기도를 하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라고.

그게 원칙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 원칙을 벗어나는 경험을 할 때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난 어릴 적부터 사귀던 남자들에 대해서 거의 집에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 알고 있다.

매우 정확한 얼굴의 이목구비와 생김새, 성향에 대해 줄줄 읊을 수 있다.

가끔을 제외하고 엄마도 별로 말하지 않는다.

엄마는 말해봤자 내가 내 맘대로 살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직감이나 기운을 느끼지 않는 방법을 여러 가지 구비하고

눈 감고 귀 막고 살아왔다. 아주 오랫동안.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내가 조정하지 못하도록 강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당이라도 된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기보다는 가끔 예지몽이 정확하게 맞는 정도라고 하자.


가장 최근에 다시 시작되었다. 벌써 4년 전이다.

꿈속에서 한 남자를 보았다.

안방의 창문을 점령하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뚫어보던 순간

그 눈빛은 검고도 무광으로 보일만큼 짙고 깊이가 없는 블랙이었다.

기운을 읽을 때 변하는 바로 그 눈동자.

그리고 채 일 년이 되지 않아 나는 그 얼굴을 현실에서 마주쳤다.

아주 이상한 상황에서. 바로 그런 구도에서 오래 마주쳤다.

갑자기 닥쳐든 일들은 내가 막을 수도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타이밍을 안다.

몇 월 며칠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어떤 흐름이 만들어진다는 것.


하긴, 기도를 하는 시즌에는

그 남자의 돌아가신 조상들을 다 만나기도 한다.

이야기는 대체로 나누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알아봤자 기도만 더 늘어날 뿐이다.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봤으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강도의 차이만 있지 그 흐름은 벗어날 길이 없다.


그래서?

그냥 그 흐름대로 흘러가기로 했다.


아니,

그래도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이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관두겠다고.

그 흐름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 중이다.

무엇이 언제 도래할지 아는 마음을 안고 사는 건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세계의 언어를 전혀 모르는 그에게

"사실은 우리는 이렇게 될꺼야.

그리고 몇 년 몇 월에는 이런 일들을 맞이할꺼야.

난 그러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제 그만두기로 해."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무 정확한 예감은

대개 설명의 언어를 갖지 못한다.


내 나름의 결계들을 친다.

다시는 이어지지 않도록

그다지 소용이 없을거란

그 미세한 틈이 보인다.


도망치는 나의 뒷덜미를

삶이 끝내 낚아채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오늘도 모른 척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운명적인 사건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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