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칙보다, 실무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구조가 먼저다.
정책 자문을 하면서
늘 해왔던 생각이다.
정책은 선언이 아니다.
좋은 마음의 표현도 아니다.
정책은 다수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다.
그래서 정책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옳은지를 적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보는 것이다.
그 핵심은
그 정책을 운영할 실무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정책 설계자는
정해진 목표 달성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실무자들의 니즈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책은 대개 원칙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정해야 한다, 효율적이어야 한다, 투명해야 한다, 일관되어야 한다.
문장으로 적어놓으면 모두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반박하기조차 어렵다.
문제는 정책이 문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책은 결국 사람을 통과해 집행된다.
실제로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종이 위의 원칙이 아니라,
그 원칙을 해석하고 적용하고 설명하고 예외를 처리하는 실무자들이다.
그러니 정책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상적인 가치의 배열이 아니라
그 정책을 실제로 굴릴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방식이다.
많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여기서 시작된다.
정책 입안자는 대개 원칙을 세운다.
그러나 현장은 원칙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장은 바쁘고, 피곤하고, 책임을 피하고 싶어 하고,
문제를 최소화하고 싶어 하며,
애매한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자기 위험이 적은 쪽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이것은 실무자 개인의 인격 문제라기보다
대부분의 조직 인간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다.
따라서 좋은 정책은
실무자를 선의와 헌신으로 가득한 존재로 상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현실적인 정책일수록
실무자는 시간이 부족하고, 설명은 줄이고 싶어 하며,
분쟁 소지가 있는 판단은 피하고 싶어 하고,
책임이 남는 선택보다 관행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를 외면하면
정책은 아름답지만 무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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