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연에서 버터향을 맡고 기어 올라오는 사람이다.

나는 ENFP다. 아, INFP인가.

by stephanette

나는 심연에서 버터향을 맡고 기어 올라오는 사람이다.

그래, 오랫동안 무기력에 잡혀 있었다.

고통과 슬픔은 나의 벗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초대를 다 거절하고

면벽수행 중이다.


특히, 오늘은 뇌가 쪼개질 것만 같았다.

다시는 야구모자 따위는 쓸 수 없을 정도로.


가끔 그런 말을 들었다.

글로 읽는 나와

실제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

자주 듣는다.

글 속의 나는 어둡고 깊고,

상징과 무의식의 지하실에 오래 머무는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혹은

냉정하고 시퍼런 칼을 들고 있는

그런 모습이려나.


그러나 대면해서 만나는 나는 많이 다르다.
생각보다 허당이고,

잘 웃고,

별 생각 없고,

상큼발랄한 비타민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니 이제는 고백하려 한다.

나는 엔프피다.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지만,

끝내 그곳에서 쿠키 냄새를 맡는다.
고통을 분석하다가도 오븐의 “띵!” 소리에 웃고,
무의식의 지하실을 걷다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버터향 앞에서 다시 살아난다.


나는 어둠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웃긴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나는 고통을 진지하게 다루지만,
그 고통에게 왕관을 씌워주다가도 어느 순간 장난을 친다.


내 글은 심연 쪽으로 열리고,
실제의 나는 불꽃 쪽으로 열린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 자신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나는 심연에서 버터향을 맡고 기어 올라오는 사람.
그리고 그 냄새를 따라 결국 다시 웃는 사람.

나는 엔프피다. 아, 인프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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