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제의 마스터와의 산책

다른 이들을 아껴주려면 자신을 아껴야지. 고통을 자처하지 말고.

by stephanette

* 이 글은 링크 글 '학교를 안 갔어-쿠키 제의 마스터의 윤리적 결석선언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stephanette/3021


우리 집은 현재, 쿠키 제의를 올리는 시즌이다.

제사장 브라만이자 최고 마스터로 등극한 둘째와 산책을 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늘어선 길을 걸었다.

연두색의 여리여리한 잎들이 나무에 채색을 하고 있고,

솔방울보다 작고 귀여운 메타세쿼이아 열매들이 거리에는 흩어져 있다.


"엄마, 난 진짜 멋진 거 같아."


"그래, 최상위 마스터가 되다니. 멋지지."


"아니, 친구들을 위해서 학교를 안 갔잖아."


"ㅋㅋㅋ 그래, 공중보건 능력도 탑재했네."


"애들한테 말할 거야. 난 진짜 멋져.라고"


"잉?"


"난 멋지니까."


둘째의 셀프 칭찬에 내가 말했다.

"멋지다는 말을 자기가 직접 하는 건 낮은 차원인데.

친구들이 멋지다는 말을 해주는 건 중간,

다른 친구들이 멋지다는 말을 건너 건너 듣는 게 상위 차원이지."


"엄마, 다른 사람들을 아끼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아껴야지.

그러니까 난 나를 위한 칭찬을 하는 거야."


"우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엄마는 깨달음을 얻었어."


"하하하"


"그렇지만, 자기를 아끼는 칭찬을 굳이 말로 소리 내서 할 필요는 없잖아."


역시나 둘째는 나의 말에 화제를 돌린다.

"엄마, 머리는 아픈데 열이 안나."


"두통과 발열은 다른 거니까."


"잉? 같은 거 아니야?"


"아~ 네가 늘 열날 때 머리가 아팠어서 그런 거야. 그건 같은 건 아니지."


"하긴, 머리를 많이 쓰면 두통이 생겨."


"오~ 경험도 없이 어떻게 아는 거야?"


"엄마가 그랬잖아. 머리를 썼더니 두통이라고."


"하긴, 엄마는 발열은 없어. 그냥 머리가 쪼개질 거 같은 거지."


"엄마, 사람들은 왜 머리를 쓰는 거야? 아프잖아."


"그런가?"


"응, 그건 스스로 아프게 하는 거잖아."


"아, 그런 걸 '자처한다'라고 표현하는 거야.

스스로 그렇게 처하게 만든다는 뜻이야."

하긴, 그렇긴 하다.

쓸데없는 생각 속에 자신을 밀어 넣고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니.

이런, 말로만 둘째가 '최상위 마스터'가 된 건 아닌가 보다.


"그러고 보니, 엄마도 고통을 자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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