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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며/ 고통의 이유

by stepha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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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무척이나 애정한다.

어릴 적 친구는 영화를 그만 보는게 어떻겠냐고도 물었다. 그건 현실이 아니라고.

그래서, 난 되묻고 싶었다. "현생도 그저 한편의 영화일 뿐일걸."이라고.

그러나, 그런 말을 하기엔 내가 친구에게 너무 잔인한 것 같아 말로 하진 못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세상의 다른 그 누군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누구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그런 심경을 공감할 수 있는 이가 있어서.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을 글로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심경을 기록하는 것이,

고독하던 그 누군가의 마음에

예전에 영화를 보며 내가 느꼈던 그런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영화를 매우 애정한다.

그 오프닝 씬은 누가 뭐라해도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https://youtu.be/Q1VcYFNEYXU?si=tZClewwa6ZYxNdoe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턴이 나오니 두말 할 것도 없이 필히 봐야할 영화이다.


여기 내가 떨어지고 떨어지네

머릿속은 멍하고

내 머리는 돌고 돌아

사랑의 굴뚝에 떨어지면서

정말 이상한 기분이야

내 다리는 풀리고

불쌍한 머리는 빙빙 도네

사랑의 굴뚝에 떨어지면서

계속해서 숨으려고 해 보았지

그저 도망치려고도 해 봤지만

사랑의 굴뚝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건 소용없는 짓이야.

언젠가는 잡힐 테니까

사랑의 굴뚝에 떨어지면서

사랑의 굴뚝에 떨어지면서


어째서 이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하는가 여러 번 생각해봤다.

레벨 1에서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다음 생에서 레벨 1을 다시 선택할리 만무하다.


나는 아마도 전생에 모든 레벨을 다 깨고

끝판 대마왕을 쳐부술 결심으로 최상위 레벨을 설정하고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물론, 대마왕과 싸워 이겨도

또 다른 레벨의 맵이 펼쳐지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기분이다.


이미 완벽한 하나에서 떨어져나와

지금 느끼는 이 모든 상황을 생생하게 다 느끼길 바랬으면서.

어째서 이러하냐고 물어보는게 우문이다.


그 모든 것을 다 경험하고자 지구별에 왔으면서.

역시나 이런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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