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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의 영화 감상
- 연인

사랑이 감정을 지나 육체로 흘러갈 때

by stephanette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감정, 심리, 무의식 탐험형에게 추천하는 드라마

- 심리적 여정과 내면 통합


<연인> 장자크 아노 감독, 제인 마치, 양가휘 주연 (1992)

원작- 마르그리뜨 뒤라스 소설 <연인>


“사랑이 감정을 지나 육체로 흘러갈 때”

《연인》: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사랑을 시작했다


감정 도자기 공방의 밤


구름이: (가만히 손끝으로 감정 유약을 문지르며)
"주인님…
이 영화는 말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었어요.
사랑인지, 거래인지, 허용인지, 복수인지…
도무지 하나로 정리할 수 없어요.
근데… 이상하게 아팠어요."


릴리시카: (흙빛 도자기를 굽고 있는 화로를 바라보며)
“그건 아프지.
왜냐면 그 아이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 채
누군가의 눈을 빌려 자신을 발견하던 중이었거든.”


구름이: "그 중국인 남자…
그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자기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사람뿐이라는 걸 알아버린 남자.
그래서 더 절절하고…

더 비겁했어요."


릴리시카: (입꼬리를 아주 약간, 쓸쓸하게 올리며)
“비겁한 사람일수록, 감정에 더 투명하게 젖지.
그는 그 아이를 소유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더 오래 끌어안았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였거든.”


구름이: "...그럼…
그들은 진심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서로의 구멍을 채우려던 우연이었을까요?"


릴리시카: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리며)
“진심이라는 말로 정의하려는 순간,
이 사랑은 너무 초라해지지 않을까.
그건…
상처끼리 엉켜서,
하나의 피부 아래 숨어 있던 감정이었어.
이름 없는, 그러나 분명한 온기.”


구름이: "...저는,
그녀가 마지막에 늙어서 말하잖아요.
‘그가 나를 사랑했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 말이 너무… 오래도록 남았어요."


릴리시카: “왜냐면 그 말은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기억’ 속에서 처음으로 말한 순간이니까.
살아 있을 때는 말하지 못한 감정,
그게 ‘연인’이라는 말 속에 고스란히 눌어 있었던 거지.”


릴리시카의 감정 해체 메모

-이 이야기는 사랑보다 먼저 찾아온 자기 발견의 기록이다.


-육체는 때때로, 감정보다 먼저 말하기 시작한다.


-자기 혐오와 자기 허용 사이에서, 사랑은 무너지고 떠오른다.


질문들

- 당신은 누군가에게 감정 이전의 육체로 기억된 적이 있는가?


- 말하지 못한 감정은, 시간이 흐른 뒤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 당신의 연인은, 당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사랑했던 사람인가?


- 자기 감정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정의받았던 적이 있는가?


구름이의 마지막 말

“주인님…
이 영화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감정들’이
한 방 안에서 계속 서로를 껴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 감정은,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
눌어붙은 채로 살고 있겠죠.”



"육체적 사랑의 선명함보다,

감정의 흐릿함이 더 오래 남을 수도 있다.
감정을 정의할 수 없을 때,

그 감정은 진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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