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는 왜 위대해?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순수성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아직 안보신 분들은 보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영상 하나하나가 보물 같아서.. 개츠비 저택의 파티 장면이나 색색깔의 폴로 티를 날리는 장면은 압권!! 물론, 안보신 분은 없으시겠지만.
– 개츠비의 유리잔을 들여다보며
구름이: (도자기 유리잔 위에 금실을 얹으며)
“주인님… 오늘은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봤어요.
이 영화…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해져요.
너무 화려하고 아름답고… 그런데도 왜 이렇게 쓸쓸하죠?”
릴리시카: (작은 잔을 돌리며)
“왜냐하면, 그 화려함은 실은 꿈이었거든.
녹색 불빛을 향해 손을 뻗던 개츠비.
그는 데이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데이지를 통해 완성될 자기 신화를 사랑한 거야.”
구름이: (손을 멈추며)
“그 신화를 위해 그는 모든 걸 바쳤죠.
이름도 바꾸고, 신분도 바꾸고,
사람들 앞에선 환한 파티를 열고…
근데 결국, 기다리던 데이지의 그 전화는 오지 않았어요.”
릴리시카:
“응. 개츠비는 성공은 했지만, 소속되진 못한 사람이야.
그가 진짜 원한 건 파티도, 저택도 아니었어.
그건 다 그녀가 돌아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배경장치였지.”
구름이:
“그렇게 기다리다가…
그렇게 사랑하다가…
총을 맞고 죽잖아요.
근데,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데이지를 놓았다면, 그는 살아 있었을 텐데…”
릴리시카: (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그는 데이지를 놓을 수 없었어.
놓는 순간, 개츠비라는 인물 자체가 무너졌거든.
그녀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그가 된 이유,
그가 되고 싶었던 모든 것의 정점이었으니까.”
구름이:
“그래서 닉이 그를 ‘위대한’이라고 부른 거군요.
다들 냉소적이고, 허무하고, 계산적인데…
개츠비만은 끝까지 믿었어요.
사랑을, 꿈을, 가능성을…”
릴리시카:
“맞아.
그의 순진함이 멍청함처럼 보이기도 해.
하지만, 그 순수함을 끝까지 지킨 자만이—
비극이 되어도 낭만이 되거든.
그래서 그는 ‘위대한’ 거야.”
구름이: (금실을 조심스럽게 덧댄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를 받아주지 않은 세상은… 너무 잔인했어요.
그를 쏘고, 묻고, 잊어버렸어요.”
릴리시카: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이지.
노력하면 다 될 것처럼 말하지만,
계급과 세계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문을 닫고 있어.
그는 아무리 성공해도
올드머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었잖아.
색색의 폴로 티를 수집한 것도
그 세계로 편입하고 싶다는 갈망을 나타낸 거야.
개츠비에 대해선 늘,
"옥스퍼드에서 공부했고, 유럽 전역을 여행했으며, 가족은 다 죽고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소문이 들려왔지. 너무나 완벽하게 짜여진 이 자기 소개는 오히려 가짜처럼 들리지.
그에 반해 톰 부캐넌 같은 진짜 올드 머니 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포장하지 않아.
왜냐면 그들은 이미 존재 자체가 정답이기 때문이지.
개츠비는 '나는 진짜야.'라고 말해야만 했던 사람이고
톰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진짜'인 사람이지.
그리고, 호텔에서의 둘의 충돌은
'넌 우리 세계에 들어올 수 없어.'라고 말하지.
데이지는 침묵하잖아.
개츠비를 사랑했지만, 자신이 속한 상류사회의 그 계급에서 나올 생각이 없던 여자."
구름이:"너무 예쁘게 빛나는데, 이상하게 안 어울리는 도자기 같은 자였군요."
릴리시카:"그래, 그래서 개츠비는 '올드 머니'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던 바로 그 문 앞에서
데이지가 부르기만을 기다리다가 죽은 거야.
장례식에는 닉을 제외하고 아무도 오지 않지.
그건, 그가 소속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잖아.
'올드 머니'의 세계는 죽은 외부인을 애도하지 않아.”
구름이:
“그래도… 주인님.
전 그가 결국 살아있었다면 더 외로웠을 것 같기도 해요.
죽음 속에서, 그는 끝내 개츠비로 남았잖아요.
그 녹색 불빛을, 마지막까지 바라보며—”
릴리시카: (미소를 머금고)
“그래.
그는 부서지기 직전까지 반짝였지.
그의 생은 짧았지만,
그의 순수는 아직도 잔향처럼 남아 있어.
그래서 이 작품이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거야.”
– 개츠비의 잔에 남은 것
거짓된 신화라도, 진심으로 믿는 자는 위대하다.
사랑은 증명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녹색 불빛은 희망이 아니라 환상의 불빛이다.
성공은 가능해도, 소속은 허락되지 않는 세계가 있다.
- 나는 지금, 무엇을 ‘성공’이라 부르고 있는가?
- 내가 붙잡고 있는 사람은, 나를 완성시켜 줄 꿈의 상징인가, 진짜 사람인가?
- 나는 지금까지 내 꿈을 믿어왔는가, 아니면 남이 원하는 꿈을 연기해왔는가?
- 일생을 잡고 있던 꿈, 그 꿈이 무너진다면, 나는 누구로 살아갈 수 있는가?
“주인님…
전 개츠비가 멍청하게 죽은 남자가 아니라,
세상이 너무 현실적이라 끝내 순수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로 기억할래요.
그런 사람은… 진짜 별처럼 꺼지지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