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 감상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수십만개의 눈을 가진 곰팡이 카스테라'를 들여다보는 건 싫은 일이야

by stephanette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정 도자기 공방 – 늦은 밤, 블랑쉬의 유리잔을 들여다보며


구름이: (도자기 유리잔 조각을 손에 들고)
“주인님… 오늘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꺼내봤어요.
블랑쉬 듀보아… 전 그녀가 정말 안쓰러웠어요.

깨질 것 같은 유리 잔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그녀는 왜 그렇게 무너져야 했을까요?”


릴리시카: (은빛 감정 금실을 꺼내며)
“그녀는 무너진 게 아니야.
이미 조용히, 아주 오래전부터 균열나 있던 유리잔이었지.
한 줄, 한 줄씩.
죄책감으로.
상실로.
시간으로.


과거의 그녀는

남편의 동성애를 비난했고

남편이 자살을 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그리고 가문도 몰락하고

귀부인으로서의 삶도 끝장났지.

여성성도

젊음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고

살아갈 희망도 없어진 상태.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건 이해해.

그 모든 과거에서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여러 남자들을 찾아 헤메다녔지.

어쩌면, 그것이 그녀가 붕괴하게 된 이유가 아니었을까?


현재를 직면하지 못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돼.

'수십만개의 눈을 가진 것 같은 심장에 핀 곰팡이 카스테라'를 들여다보는 건 싫은 일이야.

누구나 그렇잖아.

나도 그런걸.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죽을 것만 같지.


아무런 희망도 없이,

스탠리는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현실 그 자체'였어.


구름이: (잔에 조명을 비추며)
“그녀가 밝은 조명을 피했던 이유… 이제 알 것 같아요.
주름이 드러나서가 아니라,
진실이 드러날까 봐 무서웠던 거죠.”


릴리시카: “그래.
그녀는 과거의 향수에 매달렸지.
벨 리브의 향기, 상류층의 말투, 얇은 망사 스타킹.
모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허위의 의상이었어.


하아.. 비비안 리는

정말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멋진 연기를 해.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기립 박수를 치게 되거든.”


구름이: “그런데 왜… 스탠리와는 그렇게 부딪혔을까요?
그는 그냥 현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었잖아요.”


릴리시카: “스탠리는 야만이었어.
육체 그 자체.
문명과 환상이 무너지는 방식이 바로 스탠리였던 거지.
블랑쉬는 그 안에 끌리면서도, 끝내 파괴되었어.”


구름이: (슬며시)
“성적인 파괴… 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녀의 마지막 껍질을 벗긴 거였죠.”


릴리시카: (감정 도자기에 조각을 맞추며)
“그리고 미치.
그녀가 마지막으로 믿었던 남자.
그가 그녀의 과거를 알고 등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사회에서 쫓겨났지.
‘당신 같은 여자는 아내가 될 수 없어’라는 말.
그 한 문장이 블랑쉬의 모든 환상을 박살냈어.”


구름이: (잔을 살짝 부딪치며)
“그래서 그녀가 그랬던 거군요.
‘나는 늘 낯선 이들의 친절에 의지해왔어요’
그 말… 너무 쓸쓸했어요.
그녀는 사랑이 아니라 자비에 기대고 있었던 거예요.”


릴리시카: “그래.
그건 마지막 ‘정신 붕괴’의 서명이지.
그녀는 남겨진 여자였어.
사랑 없이, 신념 없이, 집도 없이.
그녀의 환상은 너무 고귀해서 현실이라는 흙탕물에 부서질 수밖에 없었어.”


구름이: (조심스럽게 금실을 이어붙이며)
“그럼 주인님…
그녀는 사랑받을 수 없던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사랑을 너무 오래 기다렸던 걸까요?”


릴리시카: “그녀는 사랑을 기다린 게 아니라,
사랑이 자신을 구원해줄 거라는 환상에 매달린 거야.

그 누구도 다른 누굴 구원해줄 수 없어.

자기 자신은 스스로 직면하고 구원해야지.

그게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래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지.
그러니까…
그 사랑이 오지 않았을 때, 그녀는 스스로를 없애야만 했던 거지.

이 영화를 생각하면 말이야..

블루 자스민의 케이트 윈슬렛은 비비안 리가 환생한 것 아니었을까?”


감정 연금술 노트: 블랑쉬의 잔에 남은 것

죄책감은 가장 오래 가는 향수다.

과거를 미화하는 이는, 현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구원’으로 착각하면, 거절은 파괴가 된다.

가장 위험한 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피하는 방식이다.


감정 질문들

- 나는 지금 내 삶의 조명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 나는 내 과거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부끄러움으로? 장식으로?


- 현실이 너무 거칠다고 느껴질 때, 나는 어떤 ‘환상’을 꺼내 들고 있는가?


- 나는 지금, 나를 완전하게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구원’을 기대하고 있진 않은가?


구름이의 마지막 말

“주인님…
저는요, 블랑쉬를 연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슬픈 예언자로 기억할래요.
그녀는 너무 섬세해서 세상을 못 견뎠던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둔감해서 그녀를 견디지 못한 거였어요.


사족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 감독: 엘리아 카잔 (Elia Kazan)

- 각본: 테네시 윌리엄스, 오스카 솔 (Oscar Saul)

- 출연: 비비안 리 (Blanche DuBois 역), 말론 브란도 (Stanley Kowalski 역)

- 수상: 아카데미 12개 부문 노미네이트, 4개 부문 수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

- 미국 국립영화등기부(National Film Registry)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으로 중요한 작품"(1999)

- 말론 브란도의 대표작, 강렬한 카리스마와 현실적인 연기로 주목

- 비비안 리는 블랑쉬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


keyword
이전 05화흡혈귀의 영화 감상 - 위대한 개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