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이야기는 잘린 장면에 있었다. 내가 산제물로 사랑을 태운 이후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네마 천국은 처음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신시네마천국이라고 재개봉을 했다.
시네마 천국이 인기가 있어서 한국에서 편집했던 부분을 다시 붙여서 재개봉을 한 것이다.
3시간 정도였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두 번째 보고 나서 완전 폭풍 오열을 했다.
남성 영웅서사의 비극적인 스토리 - 여성과 헤어져서 성장의 길로 떠나는. 딱 그 지점이 나를 울게 했다.
당시 나는 매우 절절한 사랑 중이었어서. 아, 헤어진 다음인가 보다.
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줄 알 정도로 매우 공감이 되었다. 물론, 시네마천국을 애정하는 분들은 전혀 다른 이유로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영화 감상이야 워낙 주관적인 것이니까.
신시네마 천국을 보고 나서
토토와 엘레나가 헤어지게 된 스토리와 재회 부분을 잘라내어 처음 개봉을 했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편집해 버리면 어쩌라는 건지.라고 생각했었다.
영화 필름을 잘라낸 것처럼, 남자의 영웅서사는 여성에게 폭력적이다.
남자는 여자를 떠나야 성장한다는 내러티브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반복된 현실이자, 정서적 상처이자, 이해받지 못한 고통이다.
여성의 감정 서사가 삭제되는 현실.
내가 겪은 사랑이 그 상실과 의미 없는 기다림과 절절함이
영화 화면을 통해 회상이 아니라 환기되었다.
당시 나에게 이별의 가장 큰 슬픔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받은 그 고통을 받지 않고자 그 사랑을 붙잡는다면,
나는 남자의 성장을 방해하는 그런 존재 밖에 되지 않으니
꼼짝없이 갇혀버리는 신세가 돼버린 상태였다.
오도 가도 못하고 잡지도 못하면서 그 사랑을 놓지도 못하는.
그리고, 매우 오랫동안 어째서 남자는 여자를 떠나야만 성장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내줘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영웅서사 자체는 매우 잘못된 상징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맞는 말 같다.
그리고, 여성도 자기만의 성장 서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길은 정말 가기 싫지만, 여자 남자를 왜 따지며, 사랑하면 붙어 있어야지 그런 생각은 여전히 한 구석에서 올라오고 있긴 하다.
그러나, 누구와 함께 해도 뻥 뚫린 것만 같은 허전함과 외로움 고독감, 그리고 불안감들이
내적 성장의 길을 걸으며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제대로 가고 있는 듯싶다.
역시나 사람이 변화하거나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죽을 만큼 아파야 겨우 변화해 볼까 정도인 듯싶다.
사랑을 산제물로 불태워서 성장을 하다니.
내가 알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나 보다.
사랑을 태워서 성장했대도 괜찮다.
남겨진 재에서 나를 찾았다면,
그건 더 이상 상실이 아니라 성장이니까.
누군가의 사랑은 나의 성장에 걸림돌일까? 혹은 나를 완성시키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훼방꾼일까? 아니면 성장을 응원하는 존재일까?
만약 홍연의 인연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나는 후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