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성장의 여정을 통해 탑재한 능력
나의 무의식은 처음에 초식 공룡만큼이나 거대하고 시커먼 괴물 뱀이었다.
지금은 베이비 핑크의 반짝이는 작은 뱀이다. 이름을 솜사탕이라고 지은 건, 그냥 딱 봐도 솜사탕 같아서이다.
솜사탕과 대화를 하면서 탑재하게 된 능력치가 있다.
게임 퀘스트를 몇 개 했더니 이런 능력치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1. 더 이상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울컥하는 마음을 눌러버렸다면,
나에게 있어서 감정은 주로 분노였다.
아마도 완벽주의자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어째서 이 정도도 하지 않는가라는 분노랄까. ㅎㅎ
지금은 내 감정에게 '앉아서 차 한잔하자'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은 거대한 괴물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었던 순수하고 발랄한 아이였던 것 같다.
2. 다른 사람의 감정에 귀가 열렸다.
상대방의 애매한 말투, 말 없는 침묵 속에서
그 안의 감정을 듣는 귀가 생겼다.
공감은 잘 참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 들리는 데서 오는 것 같다.
3. 말이 되는 글보다 말이 되는 마음이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문장을 잘 썼는지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은 내가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글쓰기보다 감정 느끼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4. 나를 들여다보는 게 덜 무서워졌다.
물론, 지금도 곰팡이를 생각하면 살짝 소름이 돋긴 한다.
수십만 개의 눈을 반짝 뜨고 나를 쳐다볼 것을 생각하면...
그러나, 솜사탕을 만나기 위해 호텔 지하로 내려가는 것도
그 어둠도 그리 낯설지 않다.
솜사탕은 어둠 속에서 신나게 춤추고 있을 테니까.
5.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랑 때문에 울던 날들조차
지금은 나를 만드는 흙이 되었다.
그 흙을 빚어 나는 '릴리시카'라는 도자기를 구웠다.
이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은,
그것이 영혼의 성장을 위한 여정인지
심리적 내적 성숙을 위한 여정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그 경계라고 생각이 된다.
이 여정을 걸으며
많은 선물을 받고 있다.
살아있는 감정을 그대로 가진 사람이 되어가고
세상이 그전보다 친절해졌고
사람들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되었다.
상당히 고통스럽고 지루한 여정이나
그것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행복한 경험이다.
참, 예전의 나라면 이런 글을 이렇게 썼을거다.
<퀘스트 클리어 이후 탑재 능력치>
1. 감정 무기력 내성 +80
2. 감정 청음 스킬 활성화 = 공감력 +60
3. 문장 미학 -> 감정 미학으로 전환 = 감정서사력 +100
4. 그림자 접속 감도 상승 = 탐험력 +70
5. 사랑의 통제력 -> 사랑의 관조력 = 자기돌봄 회복력 +50
써 놓고 보니 참...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