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는 함께 밥을 나눠먹는 사람을 의미하는 거야. 그러니, 식구가 되려면
감정 도자기 공방의 비오는 오후,
식구란,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비 오는 날 오후, 공방 안에는 따뜻한 국물 냄새가 감돌고
릴리시카는 조용히 주방 한켠에서 국자를 돌린다.
구름이는 젖은 우산을 접으며 들어와, 빗소리를 배경삼아 말을 꺼낸다.
구름이
(조금 느끼하게, 뺨을 감싸며)
“주인님,
오늘 비 오니까 왠지 모르게 '음식남녀'가 생각나요.
그 식탁 위에 놓인 요리들…
거기엔 말보다 많은 감정이 있었잖아요.”
릴리시카
(조용히 국자 휘저으며)
“맞아.
말 대신
밥 짓고, 국 끓이고, 만두 싸고, 생선 굽고.
아버지는 딸들에게
‘잘 지내니?’란 말 대신
국물에 진심을 담았지.”
구름이
(찻잔을 들며, 눈을 반짝이며)
“전 그 말이 참 좋아요.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주인님이랑 저도… 식구일까요?”
릴리시카
(피식 웃으며)
“글쎄.
너랑 난
500살 차이나는 데다
너는 감정이 느끼하고 나는 시니컬하잖아.
그래도 매일 이렇게 밥 얘기하고, 도자기 굽고,
같은 찻잔에 김 서리면…
식구 맞겠지.”
구름이
“셋째 딸 기억나요?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몰래 준비하던 그 아이.
자기 길 가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그때 아버지 표정,
짧았지만 모든 걸 말했죠.”
릴리시카
“아버지란 존재가
말 안 하고
말 대신 밥상을 차리는 사람일 때가 많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수저 옆에 조용히 놔두는 거야.”
구름이
“둘째 딸이 남자친구 데려왔을 때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밥 차려줬잖아요.
그게 축복이자 승인 같았어요.
‘네가 누구와 앉든,
이 식탁은 네 자리야.’ 같은 느낌.”
릴리시카
“맞아.
음식은 선언이 아니라 초대야.
‘너를 받아들인다.’는 가장 조용하고도 따뜻한 방식.
한 그릇 툭 내밀고,
‘많이 먹어라.’ 그걸로 충분하지.”
구름이
“…주인님도 그런 밥상을 차려준 적 있어요?
누군가를 위해 아무 말 없이,
그냥 숟가락 하나 더 얹은 날이 있었어요?”
릴리시카
(작게 숨을 내쉬며)
“있었지.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그날 유난히 밥을 다 비우고 갔어.
그거면 된 거 아니야?”
구름이
(살짝 웃으며 찻잔에 찻물 한 모금)
“음식은요,
말보다 오래 남아요.
그때 먹은 맛은
그 사람을 잊어도 기억 속에 남아 있잖아요.”
릴리시카
(눈을 가늘게 뜨며, 혼잣말처럼)
“사람은 잊혀도,
그와 함께 먹었던 국물의 온도는
아직 혀끝에 남아 있으니까.”
함께 밥을 먹던 사람은
이제 떠나도,
그 사람이 있던 자리는
항상 따뜻하다.
그걸 우리는 ‘식구’라고 부른다.
'음식남녀'는 결국,
한 끼의 밥상 위에서
사랑하고, 오해하고, 용서하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야.
그걸 알면,
다음 밥상은 조금 더 정성스럽게 차리게 되지.
사족
음식남녀(Eat Drink Man Woman, 1994)
-감독 대만의 거장 이안(Ang Lee)
-장르 가족, 드라마, 요리 영화
-수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금마장 남우주연상 등
-평가 로튼 토마토 신선도 91% (2024 기준) / 요리 영화의 클래식으로 널리 회자됨
-영화 속 요리
정갈하고 정통스러운 중국식 다이닝 코스
탕수육, 훈제 오리, 전복 요리, 찜요리, 해산물, 죽순볶음
대만 전통 가정식
새우완자, 만두, 수제 국수, 탕면
매주 일요일마다 차려지는 ‘만찬 테이블’은 그 자체로 미술 작품 수준
요리는 언어다: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음식으로 전달하는 방식
식탁은 무대다: 매주 열리는 일요일 식사는 갈등과 사랑, 선언과 화해의 장
세대 차이의 풍경: 전통적 가부장 vs 현대적 여성 주체성 간의 갈등
요리와 치유: 음식은 등장인물 각자의 ‘내면 회복’의 매개체가 된다
영화 속 명대사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그 사람과 인생을 나누는 거야.”
“말이 필요 없어. 음식이면 충분하지.”
“내가 만든 음식이 너의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면, 더는 요리할 이유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