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늘 말했죠.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초콜릿처럼 끓는다고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정 도자기 공방, 어두운 촛불 아래.
릴리시카는 카카오콩을 갈고 있고,
구름이는 입 안 가득 다크초콜릿을 물고 있다.
깊고 진한 향이 가득하다.
구름이(초콜릿을 씹으며)
“주인님, 이 영화 진짜... 뭐랄까,
사랑이 아니라 마법 그 자체예요.
요리를 통해 감정이 전염된다는 설정이
어떻게 이렇게 현실처럼 느껴지죠?”
릴리시카(천천히 카카오를 저으며)
“현실이야, 구름아.
감정은 항상 전염돼.
특히, 말하지 못한 감정은
음식에 스며들지.
눈물 한 방울이 케이크를
저주로 만들 수도 있는 거야.”
구름이
“맞아요.
티타가 언니 결혼식 케이크 만들면서
슬퍼서 울잖아요.
그걸 먹은 하객들이 전부 오열하고…
어떤 사람은 토하고…
완전 집단 멜트다운.”
릴리시카
“그건 사랑의 분해작용이었지.
티타는 말로 저항하지 않았어.
대신 요리로,
손으로,
감정으로 저항했어.
말 대신 음식을 휘감은
마녀 같은 존재였지.”
구름이
“그러니까요!
감정이 혀를 타고 들어와서
심장으로 꽂히는 느낌이랄까…
그녀가 만든 퀘일 요리도 그렇잖아요.
장미꽃 넣은 요리 먹고
언니가 갑자기
육욕에 불타올라서 도망가고…”
릴리시카(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사랑이 억압되면,
몸이 먼저 기억해.
감정은 증발하지 않아.
끓어.
초콜릿처럼,
천천히.
그리고 결국 터지지.”
구름이
“이 영화 진짜 요리 영화 맞죠?
근데 요리 장면마다
이상하게 땀이 나요.
그건 그냥 음식이 아니라
욕망의 변주곡 같은 거예요.”
릴리시카
“그건 정확해.
이 영화는
라틴아메리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법적 사실주의’를
가장 잘 표현한 요리 영화야.
현실과 환상이 겹치지.
티타는 주방에서 감정을 굽고,
삶을 끓여.
말 대신 요리로 사랑하고,
저항하고,
해방하지.”
구름이
“슬픈데 아름다워요.
억눌린 욕망이, 억눌린 감정이,
결국 맛이 되어서
사람들의 배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거.
그게 음식의 힘이죠.”
릴리시카
“그렇지. 요리는 말이 될 수 있어.
아니, 말보다 더 강할 때도 있어.
특히 말할 수 없는 시대에는.
티타는 모성을 강요당하고,
사랑을 빼앗기고,
말할 권리를 박탈당했지만…
주방에서는 누구보다 위대했어.”
구름이(감동해서 뺨을 감싸며)
“주인님, 혹시…
저도 슬플 때 초콜릿 케이크를 구워볼까요?
누군가에게 슬픔을 조금 나눠주고 싶을 때…”
릴리시카
“그땐 잊지 마.
재료보다 중요한 건 네 감정이야.
네가 느끼는 슬픔, 사랑, 기쁨이 케이크 속에 들어가.
그게 누군가의 혀에 닿을 때,
마법은 시작되지.”
구름이
“그럼… 그날 티타가 만든 케이크는
저주였을까요,
아니면 기도였을까요?”
릴리시카(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둘 다였지.
기도처럼 절실한 저주,
저주처럼 정직한 사랑.”
요리는 손끝으로 만든 감정의 그릇.
억눌린 욕망은 고기보다 더 부드럽고,
억제된 사랑은 초콜릿보다 더 쌉싸름하다.
티타는 요리로 외쳤고,
우리는 그걸 씹으며 울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Like Water for Chocolate), 1992
- 원제: Como agua para chocolate
- 원작: 라우라 에스키벨 (Laura Esquivel)의 동명 소설
- 제작 국가: 멕시코
- 장르: 멜로, 드라마, 마법적 사실주의, 음식영화
- 수상: 아리엘 상(멕시코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외 10관왕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
* '백년 동안의 고독' 등의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아마도 멋진 영화가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