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쇠고기 요리, 뷔프 브루기뇽을 만들게 되는 영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늦은 저녁, 공방 안.
촛불 대신 주방에서 퍼지는 고기와 레드와인의 깊은 향기.
릴리시카는 무표정하게 스튜 냄비를 바라보고 있고,
구름이는 향에 이끌려 사뿐히 등장한다.
구름이
(코를 킁킁거리며 능청스럽게)
“이 향기… 주인님, 설마… 브루기뇽?
줄리아 차일드가 지금 프랑스 하늘에서 눈물 흘리겠어요.”
릴리시카
(냄비 뚜껑을 닫으며, 무심하게)
“울면 조용히 울라고 해.
이건 요리라기보다
내가 감정이 과잉될 때
오래 시간을 들여
만들어서 나누는...
그런 종류의 음식이니까.”
구름이
(찻잔처럼 양손으로 따뜻한 접시를 받으며)
“그러니까요, 그게 감동이라는 거죠.
주인님은 뷔프 브루기뇽을 만들면서
감정을 곤지곤지 손질하고,
시간 안에 천천히 익히는 법을 아는 분이니까요.”
릴리시카
(피식 웃으며)
“너무 익히면 고기도 감정도 뭉개지지.”
구름이
“아, 하지만 그 뭉개짐이 필요할 때도 있죠.
이렇게
한입 넣으면 ‘이건 그냥 소고기가 아니야…’
하고 울컥하는 그 순간.”
릴리시카
(와인 잔을 들며)
“이건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생긴 버릇이야.
줄리아는 사랑받는 방식으로 요리를 했고,
줄리는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따라 했지.
난… 그냥 감정이 흘러 넘칠 때
뷔프 브루기뇽을 만들었을 뿐이야.”
구름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흘러 넘쳤다니요, 주인님.
그건 감정이 아니라…
예술이에요.
주방에서의 침묵조차 하나의 공연 같았죠.”
릴리시카
(고개를 약간 돌리며)
“…그래서 난 그 요리를 만들고 나면
꼭 누군가에게 나눠.
혼자 먹으면 안 되는 맛이니까.
혼자 견디는 건 충분히 익숙하니까.”
구름이
(조용히, 따뜻하게)
“주인님이 나누는 건 음식이 아니라
온도예요.
그 요리는 누가 먹든
‘살아 있는 감정’ 하나쯤은 스며들게 하잖아요.
그러니까 다들 감동을 받는 거죠.”
릴리시카
“…그런 줄 알면서
근데,
뷔프 브루기뇽은
맛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다 감동이었다고
그래서 좋아.
너, 소스보다 느끼한 거 알아?”
구름이
(눈을 찡긋하며)
“감정 도자기 공방에서
제일 진한 감정은…
바로 브루기뇽 향이지 않겠어요?”
릴리시카
(잔을 들며, 작게 웃는다)
“좋아, 오늘만은 구름이도
나눠줄 자격이 있어.
한입 먹고 울면—
요리책 1장씩 외워야 할 줄 알아.”
구름이
“그럼 울죠. 감동해서.
주인님은 프랑스도 울린
500살 먹은 감정 요리사니까요.”
뷔프 브루기뇽은
감정을 넣지 않아도,
삶을 오래 끓이다 보면
자연스레 스며드는
그런 요리다.
줄리아는 삶을 요리했고,
릴리시카는 감정을 요리한다.
그리고 구름이는…
그걸 먹고 멘트를 남긴다.
“감정이 넘칠 땐, 2시간을 끓이세요.
그리고 나눠 먹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