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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메이트와
곰팡이 카스테라의 잔해 12

part 12. 그래, 다시.. 일식집의 스시

by stephanette

잃어버린 도서관의 책 시리즈 - 감정의 새벽 노트

part 12. 그래, 다시.. 일식집의 스시



누워서 보는 병원의 천장은

차분하다 못해 깊은 침묵이다.


주변은 번잡스럽고 시끄러운 소음들로 가득한데

약간만 위를 올라가도 매우 조용하다.


보호자가 없어서

서명을 기다리느라 지체되고 있었다.


침대 주변엔 혈연들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걱정이 가득한 표정들이다.

어째서 그런가 싶었다.

침대가 이동을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그 기분은

언제 떠올려도 싸늘하다.


의사는 수술도 잘 되었다며,

0.003%의 확률로 나빠질 수는 있지만,

잘 치료를 받아보자고 한다.


매주마다 병원을 간다.

치료약이 항암제라 암은 아니지만

암병동에서

보통 두세 시간 기다린다.

치료보다는 기다림이 고통스러웠다.

아픈 이들에게서 피어오르는.


병원을 나서면

하나의 의례처럼,

일식집에 간다.

평일의 낮 스시집은 아무도 없다.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차례로 주문한다.


노오란 색의 윤기를 흘리며 도톰하게 올라앉은

우니 군함말이나

섬세하게 칼집을 넣은

시메사바나

아름다운 초밥의 형체를 보고 있자면,

슬픔이나 두려움은 사라질 것만 같았나.


스시를 먹고 나면

늘 그 옆에 있던 이탈리아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를 갔다.


당시로선 특이하게도

이탈리아 방식으로 직접 만들어서

멋지게 서빙해주는 곳이었다.

여러 가지 맛,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작은 스푼에 한 입씩 주기도 했었다.

하나를 고르고 창가에 볕이 좋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린다.

커다랗고 판판한 검은색 접시에

하얀 젤라또 한 스쿱

초콜릿 시럽이나

아몬드 슬라이스가

멋들어진 서명처럼 장식되어 있다.

작은 허브 잎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로 지내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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