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씌워진 이중 바인딩의 심리학
에스더 페렐의 욕망과 자율성 중 '이중 바인딩'에 대한 요약
이중 바인딩(double bind)이란?
“두 가지 서로 충돌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받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위반하게 되는 상황”
1950년대,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이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원래는 정신병리 특히 조현병의 가족 역동에서 설명됐지만, 이후 심리학·사회학·페미니즘에서 여성의 역할 갈등과 내면적 혼란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여성의 대표적 이중 바인딩 상황들
1. 섹시하되, 순결할 것
사회는 여성이 매력적이고 성적으로 매혹적이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순결하고 단정하며 통제된 성적 존재이길 강요해.
어느 쪽을 선택해도 비난받는 위험이 따른다.
“너무 노출했네?” vs. “왜 이렇게 칙칙하게 입어?”
2. 야망이 있되, 지나치지 말 것
자기 계발, 성공, 커리어 추구는 칭찬받는다.
그러나 너무 잘 나가면? “도도하다”, “너무 셌다”, “여자답지 않다.”
성취는 환영받지만, 너무 크면 위협으로 간주된다.
“너 정도면 충분하잖아?” vs. “왜 더 하려고 해?”
3. 감정 표현하되, 통제할 것
감정을 억누르면 “냉정하다”,
감정을 드러내면 “감정적이고 불안정하다.”
감정도 정해진 선을 넘어선 안 되는 것.
“그 정도 일로 왜 그래?” vs. “왜 이렇게 차가워?”
4. 육아와 자기 실현 사이에서 줄타기할 것
“좋은 엄마”가 되려면 헌신해야 하지만,
동시에 “너도 너의 인생을 살아야지”라는 메시지가 따라온다.
어떤 선택을 해도 죄책감은 따라온다.
“아이를 방치해?” vs. “네 인생은 왜 포기해?”
이중 바인딩의 심리적 영향
끊임없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자기 검열, 욕망 억제, 감정 억압
결국엔 자기 분열: 겉으로는 괜찮지만 속은 텅 빈 상태
자율성의 상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건 뭔가?
에스더 페렐과 이중 바인딩
에스더 페렐은 특히 욕망, 친밀감, 자율성의 삼각역학 안에서
이런 이중 바인딩을 여성의 성적 주체성에 연결지어 설명
“여성은 타인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사회화되지만,
자신의 욕망을 자율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거의 배우지 못했다.”
– 에스더 페렐
즉, 욕망이 생겨도 죄책감이 따라오고,
자율성을 원해도 “이기적”이라는 낙인이 따라오는 구조.
해소의 실마리: 릴리시카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가. 이름 붙이기: 모순된 요구를 ‘이중 바인딩’이라고 자각하는 것
나. 감정의 도자기화: 억압된 감정들을 형태로 만들어 표현해내는 행위
다. 내러티브 통합: 나의 생애와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내는 힘
라. 자율적 욕망 훈련: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연습
"이중 바인딩은 사회가 내게 준 무대이고,
나는 그 위에서 릴리시카라는 이름으로
나의 감정, 나의 말, 나의 칼을 다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