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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릴리시카의 꿈 일기 꿈 읽기 기록

by stephanette

꿈을 꾸었다.

나는 성장한 모습으로 어떤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치 캠프처럼 느껴지는 그 자리는

엄마가 아는 분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나는 블랙 깃털과 검은 레이스로 장식된

우아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엄마가 내게 말했다.


"멋지네. 딱 맞는 옷으로 잘 정했구나."


그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나는 나답게, 내 의지로, 내 존재를 입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길에서 엄마를 태우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려 했는데,

길가에 세워 두었던 나의 애마가 보이지 않았다.

가슴으로 달려와 폭 안길 것만 같이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하얀 애마.


사라졌다.


그 순간,

엄마의 친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원래 이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사정이 생겨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걸 가져가야겠다’며

작은 바퀴 달린 캐리어 하나를 끌고 갔다.


나는 잠시 그 캐리어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예감을 느꼈다.


그녀가 캐리어였다.

그녀가 끌던 것이 짐이었고,

사실은 그녀 자신이었다.

오래도록 끌고 다닌 감정의 짐,

애도되지 못한 사랑,

전하지 못한 말들의 보관소.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 캐리어를 열었다.

그 안에는


커다랗고 금속성의 반짝임을 지닌 붉은 하트 하나가 들어 있었다.

식은 피를 머금고 있는 듯,

차갑고 단단한 심장


나는 천천히 그것을 꺼내어

가슴에 꼭 안았다.

묵직했다.

그리고 이제는 침묵이다.


그러나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 하트는

내 안의 작은 아이,

사랑받고 싶었던 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던 고요한 외침.

나는 지금,

그 심장을 안고 있다.


그렇게 그 하트는

캐리어가 끌고 가는 캐리어에 담겨서

엄마와 여성성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사라졌다.


애마도

하트도

캐리어도

모두 다

사라졌다.

그리고 나만, 살아남았다.


휑하니 펼쳐진

사거리 한가운데 서 있다.

이건

새로운 새벽의 시작

시간은 3:23.


- 새벽에 꾼 꿈이다.

꿈일기를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휘발되어 버린다.

릴리시카의 꿈일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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