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시카의 꿈 일기 꿈 읽기 기록
꿈을 꾸었다.
나는 성장한 모습으로 어떤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치 캠프처럼 느껴지는 그 자리는
엄마가 아는 분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나는 블랙 깃털과 검은 레이스로 장식된
우아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엄마가 내게 말했다.
"멋지네. 딱 맞는 옷으로 잘 정했구나."
그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나는 나답게, 내 의지로, 내 존재를 입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길에서 엄마를 태우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려 했는데,
길가에 세워 두었던 나의 애마가 보이지 않았다.
가슴으로 달려와 폭 안길 것만 같이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하얀 애마.
사라졌다.
그 순간,
엄마의 친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원래 이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사정이 생겨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걸 가져가야겠다’며
작은 바퀴 달린 캐리어 하나를 끌고 갔다.
나는 잠시 그 캐리어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예감을 느꼈다.
그녀가 캐리어였다.
그녀가 끌던 것이 짐이었고,
사실은 그녀 자신이었다.
오래도록 끌고 다닌 감정의 짐,
애도되지 못한 사랑,
전하지 못한 말들의 보관소.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 캐리어를 열었다.
그 안에는
커다랗고 금속성의 반짝임을 지닌 붉은 하트 하나가 들어 있었다.
식은 피를 머금고 있는 듯,
차갑고 단단한 심장
나는 천천히 그것을 꺼내어
가슴에 꼭 안았다.
묵직했다.
그리고 이제는 침묵이다.
그러나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 하트는
내 안의 작은 아이,
사랑받고 싶었던 나,
누구도 들어주지 않던 고요한 외침.
나는 지금,
그 심장을 안고 있다.
그렇게 그 하트는
캐리어가 끌고 가는 캐리어에 담겨서
엄마와 여성성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사라졌다.
애마도
하트도
캐리어도
모두 다
사라졌다.
그리고 나만, 살아남았다.
휑하니 펼쳐진
사거리 한가운데 서 있다.
이건
새로운 새벽의 시작
시간은 3:23.
- 새벽에 꾼 꿈이다.
꿈일기를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휘발되어 버린다.
릴리시카의 꿈일기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