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기어를 거꾸로 넣고 달린다

– 후진의 감각으로 바라본 사랑과 삶, 크리스마스의 선물

by stephanette

여름이 되니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아직도 심장을 뒤흔드는

추억이 있다.


3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는 흰색 소나타를 끌고 와서

나를 조수석에 앉혀서

과천의 한 카페를 갔다.


과천은 참 특이한 공간이다.

낮은 주택 단지를

조금만 들어가면,

어느 먼 시골 같은

푸르고 넓은 농경지가 나온다.

들판 드문드문 단독주택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박공지붕의 목조 주택 두 개가

나무 사이에 슬쩍 가려져 있다.

하나는 카페이고,

바로 옆은 개인 주택이다.

그 사이에 카페의 작은 정원이 있다.

잔디밭과 낮은 나무들

나무 데크에 의자와 테이블

나무 울타리 안으로 보이는 풍경

을 뒤로 한 채

카페 입구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들어간다.


건물 출입문은 반대쪽에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복층을 하나로 연결한

고가 높은 홀이 있다.

카페의 1층과 2층은 그 홀과 연결되어 있다.


난 주로 2층의 구석 자리

푹신한 소파를 좋아했다.

빌로도 같은 부드러운 패브릭의

녹색톤의 소파이다.

마호가니 색의 원목들과

녹색톤의 조화가

어느 미중년의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한 느낌이다.


온몸이 푹 파묻히는 그곳에 앉아

커피를 시키고

노닥 거리를 것을 좋아했다.


그는 조용하고

잔잔한 성격이라

내가 조잘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뭘 하든 묵묵하게 따라주던 이이다.


경청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매우 행복하다.


마음에 드는 장소는

그곳이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방문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복층의 홀의 천정에 닿을 만큼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다.

형형색색 화려한 반짝임

작은 전구들의 불빛

현악 4중주를 연주하기도 했었다.


방문하는 이들의 연령층은 매우 높아서

나와 그는 평균연령을 낮추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 순간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전에 그에게 했었다.

제안이라고 하자.

고맙게도 그는 그걸 기억하고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카페를 방문하기 전,

그는 트렁크를 열어서 보여줬다.

사과 한 상자

알아두었던

근처 양로원을 방문해서

전해주었다.


양로원의 반투명한 갈색 유리문을

닫고 나오던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

시원하고 기분 좋은 둥그런 원기둥 모양의 금속 손잡이

문을 열 때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행복하다.

심장이 일렁이고 두근거린다.

밖을 나와

문득 뒤돌아본,

유리문은 흔쾌히 앞뒤로 흔들린다.

상상해보지 못한 그런 행복감은

카페에서 본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현장감이라고 해야 할까

글쎄, 살아있다는 느낌이라고 하자.


짙은 회색과

옅은 회색 사이를 살던 나에게

오색 찬란한 불빛을 안겨주었던 순간이었다.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때이다.

그런 크리스마스를 함께 해주었던

그에게도 매우 고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사람들은 자신이 힘들 때,  타인을 도우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