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가장 최고봉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전쟁 역사서나 권력에 관한 책을,
한때는 내 유일한 생존 매뉴얼처럼 읽어댔다.
학창 시절엔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 전쟁 덕후들이 많았고, 나는 그저 구경꾼이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보니,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 내가 망가지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뒤에 칼을 감추는 기술.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 중 제10계다.
구밀복검,
말은 꿀처럼 달고 속은 칼보다 날카롭다.
정치든, 인간관계든, 직장이든—
결국은 모두 권력 싸움이다.
너무 잘해주지 마라. 친절은 곧 약점이 된다.
웃으며 다가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그의 손 안에 숨겨진 칼자루부터 확인해라.
싸움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싸움이어야 한다.
절대 감정으로 덤비지 마라.
냉정을 유지할 수 없다면 싸우지 않는 편이 더 유리하다.
승산이 없다면 물러서고,
이길 태세가 갖춰졌다면 그 순간에 가차 없이 내려쳐라.
그리고
이겼다면 상대 진영을 불태워라.
다시는 그들이 재건되지 못하도록,
잿더미 위에 발을 딛고 서라.
이건 내 말이 아니다.
병법서들이, 피의 역사가, 그렇게 가르쳤다.
사람이 좋다느니, 인간적으로 친하다느니—
그런 말은 사적인 자리에서나 통하는 낭만이다.
직장은 전장이고,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칼을 들어야 한다.
누군가와 친분을 나누려고, 나는 이 전장에 나간 게 아니다.
가끔,
월급쟁이 가면을 쓰기 전의 내가 떠오른다.
그 애타던 이상과 청춘의 얼굴.
하지만 이젠 안다.
싸움에서 가장 좋은 승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것.
즉,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외교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항상 온유한 자의 뺨을 먼저 때린다.
그럴 땐... 더 사악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로,
선을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애정을 가득 담아, 릴리시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