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으로 살아낸 계산, 그리고 그것을 자각하는 나
나이가 들수록 인간이 흥미롭다.
정확히는,
인간이 어떻게 비열하고,
냉정하고,
계산적인 존재인지를
스스로 감추며 살아가는지가 흥미롭다.
그건 손자병법 때문이 아니다.
고대의 고전들 속에 이미 나와 있다.
어떻게 동맹을 맺고,
어떻게 배신하며,
어떻게 웃는 얼굴로 파괴하는지.
살면서 우리는 이미 그런 행동을 해봤을 것이다.
혹은 무의식 중에,
너무 자연스럽게도.
그렇다면 굳이 그런 병법이나 정치서, 역사서를 왜 읽는가?
나는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예측 가능한 이기심,
지나치게 평범한 배신,
사라지지 않는 권력 본능.
그 모든 걸 알고 나면,
사람을 덜 원망하고,
세상을 덜 미화하고,
자기 자신을 덜 속이게 된다.
제국의 흥망성쇠를 읽으며
한 인간의 기쁨과 멸망을 동시에 본다.
고전은 그런 점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자,
사람을 판단할 나침반이 된다.
매우 애정하는 책들이 있다.
아무도 몰랐으면 바라는 책들.
아무때나 아무 페이지나 들춰보는 것이 재미나다.
감정의 지도
권력의 설계도
그리고, 인간다움의 흔적이 있다.
그 흔적을 찾아 읽는 재미.
그것이야말로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