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된 마음을 살려내기 위한, 도자기 빚기와 글쓰기
에스프레소 잔을
만들고 있다.
수백 개의 잔들이 쌓인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은 없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도
딱 원하는 그 모양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미 원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마음속에 있는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늘 개조식의 글을 쓰는 일을 해와서
요약하는 것에 익숙하다.
창작의 글쓰기는 낯설다.
핵심을 찍어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것은
가장 잘하는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그 반대는 참 어렵다.
어째서 쓸데없는 것들을 늘어놓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하장편소설은 읽기가 어렵다.
어릴 적 읽었던 대망이나 태백산맥 같은 소설은
나에게는 여러 번의 도전이 필요했었다.
요즘 들어서 다양한 글을 쓰다 보니,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그런 글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된다.
읽는 이들이 나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간단한 메모처럼,
내 마음의 어떤 거대한 이미지를
나는 메모만으로도 불러올 수 있다.
글은 생략된 것들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 궁리를 해본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하는 것일까?
좋은 글을 어떤 글일까?
가장 정확하고 선명하게 생생하게
내 속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꺼낸 듯이
써낼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연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잘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