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기 전, 나는 나에게 반론을 걸어본다.
1. 일상의 대화는 모두 논증이다.
살면서 하는 거의 대부분의
대화와 글은 논증에 가깝다.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일상생활 속 간단한 대화도 그렇다.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겠어."
"저런, 아쉬운데..."
"일이 많아서 피곤해.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이유나 근거를 대고
상대가 할 반론을 미리 예상해서 그에 대한 반박을 하는 것이다.
2. 좋은 대화를 위해, 내 안의 가상 질문자를 호출한다.
그래서 대화를 하기 전,
상대방이 되어서 반박을 할 '가상의 질문자'를
내 안에서 불러와서 그 의견을 여러번 들어본다.
다시 말해,
글을 다시 보는 새로운 시선(Re-vision)으로 초안을 계속 고친다.
상대방에 대한 사전지식이 풍부할 수록,
세상에 대한 이해가 많을 수록,
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잘 된다.
3. 챗GPT는 질문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가끔은 인공지능-챗봇으로 내 안의 질문자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챗지피티는 그럴싸한 문장 만들기에 능하기 때문에
수사학을 잘하는 허언증 환자에 더 가깝다.
가. 챗지피티는 적절한 근거를 통해 반론을 하거나, 예리하게 핵심을 찌르는 말을 잘 못한다.
나. 인공지능을 거치면, 논리정연한 요약본도 흐리멍텅한 추상적인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재미난 지점은,
작가들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는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편집하지 않는 고집도 챗지피티는 갖고 있다.
논문의 번역이나 요약은 챗지피티보다는 다른 플랫폼이 더 유용하다.
강연의 번역이나 요약은 분량이 많으면 앞에 몇개만 하고 만다.
챗지피티는 조금만 감시를 게을리하면 일을 대충해버리는 일하기 싫어하는 직원에 가깝다.
4. 사용팁 - 인공지능과의 훈련은 '장기전'이다.
가. 대화창마다 기억상실증이 있어서 지속적 훈련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중요한 설정은
자세한 프롬프트 작성하여 업로드해서 장기기억으로 저장시킨다.
가르치는 것을 영 못알아듣지는 않으니,
연습을 여러번 반복하면
원하는 만큼의 아웃풋이 나온다.
나. 하나의 대화창은 처음 절반은 연습용, 나머지 절반은 결과물 산출용으로 쓴다.
그러나, 하나의 대화창은 용량 한계가 있어서
절반 정도의 용량을 연습용으로 쓰고나서야 결과물은 봐줄만하다.
하나의 섹션이 다 차버리면,
다음 대화창을 새로 시작해서 또 연습을 시켜야한다.
다른 대화창에서 나눈 내용은 다른 창에서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
대화창이 길어져도 기억을 못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다. 챗지피티는 하나의 대화창에서 나눈 모든 이야기를 아웃풋에 마음대로 섞어서 넣는다.
유럽에 대한 내용을 업로드 해놓고 옷에 대한 대화를 하면,
유럽의 옷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서 말한다.
챗 지피티의 이런 기능을 문맥 기반 생성(Context-Aware Generation), 대화 맥락 유지(Dialogue Context Retention)라고 한다. 하나의 대화창에 등장한 키워드, 주제, 톤, 정보를 기억하고 다음 답변에 반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 새 대화창을 시작하면 맥락은 100% 사라진다.
- 프롬프트에서 명확하게 지시해줘야한다. : 사실 매우 귀찮다.
- 불필요한 연결 방지를 위한 설정문을 넣는다. : 유럽에 관한 정보는 이 질문과 무관하다.. 등의.
그러나, 이런 문맥 기반 생성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장점으로 활용 가능하다.
좋게 보면 자연스럽고 연속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무단 참조, 의미의 혼선, 원치 않는 연결을 한다.
아웃풋에 넣고 싶은 내용을 사전에 업로드 해서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아웃풋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늘 만날 때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새롭게 설정을 하고 세부 내용을 수정해야한다.
예측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그럴싸한 글쓰기에 특화되어 있을 뿐,
그 글에 들어갈 내용도, 핵심을 찌르는 매력적인 문장도 잘 만들지 못한다.
라. 전문적 정보 검색에 한계가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검색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문 자료는 잘 찾지 못한다.
실증적, 학문적, 전문적인 1차 자료 접근에서는 약하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개론서 정도를 추천하는 것은 잘한다.
첫 질문을 정리하는 능력은 유용하다.
하긴, 최근에는 모르는 분야의 추천도서를 검색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챗지피티의 능력을 50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