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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대화 번역기

성향이 완전히 다른 아빠의 말을 내가 번역하는 방법

by stephanette

'흡혈귀의 결로방지 페인트' 브런치북은

사실, 아빠를 위한 글이다.

아빠와의 화해를 위한 나만의 글쓰기이다.

가족과의 화해나 용서 같은 것을 굳이 그 사람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내면을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


1. 아빠의 성향

사람을 유형으로 분류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말을 하자면

아빠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세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ISTJ에 그 각각의 알파벳은 다 거대한 대문자이다.

-결벽증과 강박이 있는 한마디로 '옵새시브(obsessive)'한 사람이다.

*전문용어로 하자면 OCPD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이다. 강박성 성격장애. 이건, 전문의학적 전문가의 진단이다. 흔히 잘 알고 있는 강박장애(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사소한 예를 들자면,

1. 계속해서 같은 생각이나 걱정을 반복적으로 하는 상태.

예: "문을 잠갔나?", "가스 불을 껐나?" 같은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

2. 특정 인물이나 대상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중하고 집착하는 경우.

예: "그 사람이 내 메시지를 읽었나?"라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하는 것


아마도, 내가 아빠가 보내는 채팅에 대해서 그 분량만큼의 대답을 한다면,

일주일도 안되어서 몇백 장은 쉽게 넘어가는 내용들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2. 딸의 성향

나는 아빠의 극단적 대척점에 서 있다. 아마도 기다란 스펙트럼의 직선이 있다고 하면 아빠와 나는 각각 우주 반대쪽에 서 있을 것이다.


-나를 이루는 중심은 감정이다.

-나는 ENFP이고, 그 각각이 다 아빠만큼이나 큰 대문자이다.

E가 아니라 I일 때도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주변인들의 의견에 의하면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지도 않으니,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E라고 너는 I일리가 없다고 한다.

-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감정을 중시하고 공감능력 직감이 발달한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고 열정적이고 상상력, 창의력이 폭발하는 성향이라 에너지 넘치는 소셜 나비이자

- 가장 못하는 건, 일상적으로 루틴으로 같은 것을 반복하고 정렬하고 질서를 잡고 원칙을 매번 지키는 것들.


3. 성장 과정 - 성향이 맞지 않는 아빠 밑에서 자라면서

- 완벽주의자로 생활하도록 길러졌다.

- 장, 단기 계획을 설정하고 책이 너덜너덜 해지도록 분석하고 원칙과 규율을 정해놓고 지키도록.

- 감정 표현 금지 & 감정 기복도 금지

- 친구 사귀기 금지: 사람 만나는 자체는 '시간 낭비'라고 늘 듣고 자랐다.

- 예술적 표현 창작 만들기 그리기 등등 모두 금지

- 아, 음악 듣기도 금지

쓰다 보니까 '성토대회' 같지만, 아빠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다.


4. 아빠 대화 번역기 - 요즘은 아빠가 말을 하면, '아빠 말 번역기'를 돌려서 이해한다.

"골고루 잘 먹어라, 다이어트하지 마라." -> 너한테 관심 있다. 난 너랑 이야기하고 싶다.

"관련 자료 보낸다. 읽어봐라." -> 이거 봐봐. 내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알겠지?

"페인트 준 건 칠했느냐?" ->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페인트도 사주고, 방법도 알려주고, 결과도 물어보잖아.


5. 앞으로는

사람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싶다.

가족과 같이 오래된 관계는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있으니 쌓이지 않게 잘 정리하고 청소하려고 한다.

번역기를 쓰려고 노력 중이다. 번역기를 돌리기 전에는 화가 나거나 그랬지만 하다 보면 잘 되지 않을까 한다.



사족

OCPD (Obsessive-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 란?

한글명: 강박성 성격장애


특징:

-지나친 완벽주의

-질서와 규칙에 대한 과도한 집착

-융통성 부족

-감정 표현이나 관계 맺기의 어려움

-자기만의 엄격한 기준을 강요하거나 고수하는 경향


일상에서의 예시:

-서류가 정확히 정렬되지 않으면 신경 쓰여 계속 정리함

-본인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심한 불안감, 짜증

-세부사항에 너무 집착해서 일을 완료하기 어려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질서나 방식을 강요하거나 요구함


관련 글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ume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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