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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 바다의 침묵

칼국수를 먹으러 갔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by stephanette

그날 아침, 그녀는 기계처럼 세탁기를 돌렸다. 수건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유난히 둔탁했고, 그것이 그녀의 신경을 긁었다.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발가락을 타고 미끄러졌을 때,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이른 아침, 커튼도 걷지 않은 채 텅 빈 집 안에서의 그 예감은 평소보다 훨씬 더 또렷했다.


차를 몰며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를 시작했을 땐, 그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 길인지, 왜 동막인지. 하지만 직감은 냄새처럼 따라왔다. 피 냄새는 아니었다. 아직은. 그것은 더 오래된, 오래된 곰팡이와 금속이 섞인 듯한 것, 그날의 습기에 젖은 기억의 냄새였다.


동막해수욕장 근처,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국수집. 창틀은 삭아 있었고, 간판은 바람에 뜯겨나가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었다. 문은 삐걱이지 않았다. 그런 사소한 소리는 이 이야기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실내로 들어선 순간, 공기의 온도가 떨어졌다. 온도계도 없는데도 알 수 있었다. 살갗에 닿는 그 냉기, 그것은 기다리는 자의 기척이었다.


주방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그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칼국수 하나 주세요."

그녀는 혼잣말처럼 내뱉었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 분명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 오랫동안 연습한 것처럼. 그리고, 문이 다시 열렸다.


그가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는 의자를 움켜쥐었다. 몸의 중심을 잡으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 남자는 무언가를 끌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발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공기는 다시 한 번 꺾였다. 빛도, 소리도, 온기조차 그를 비껴갔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그의 그림자가 유리창 위로 길게 뻗어나갔다. 그것은 정확히 그녀의 발끝에 닿았고, 그녀의 심장이 반응했다. 도망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앉아 있었다. 의자에, 자리에, 무언가에 붙잡힌 채.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오랜만입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이 사람을 모른다. 아니,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가 깨졌다.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선언이었다. 이름을 부르면, 살려둬야 하니까.


국수가 나왔다. 김은 나지 않았고, 국물은 기묘하게 탁했다. 표면에는 기름 같은 것이 번졌다. 그녀는 젓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그는 그녀를 보았다. 눈빛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사냥자도 아니었다. 더 오래된 것, 피로부터 진화한 것, 그리고 여전히 피를 기억하는 것.

그녀는 그 순간 이해했다. 이 식사는 마지막이다.

그녀는 아직 그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냄새로, 흔적으로, 밤마다 문틈 아래로 흘러든 기척으로.

그리고 이제, 그는 그녀 앞에 앉아 있었다.


사족:

그녀의 차는 여전히 국수집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바다 안개는 유난히 짙었고, 국수집은 열리지 않았다. 경찰은 도착했지만, 식당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식지 않은 그릇 하나와, 창가 자리에 놓인 갈색의 낡은 보트슈즈 한 짝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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