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의 별에서 길을 잃던 날에 대해서
*이 글은 '동막해수욕장 가는길, 그날의 칼국수'라는 글에 대한 변주곡이다.
어느 날이었어. 아주 조용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그런 날이었지.
나는 빨래를 돌렸어. 수건들이 물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마치 오늘은 무언가가 도착할 것 같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우체통이 내게 편지를 보내오는 듯한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는 드라이브를 떠났어.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바람이 살짝 내 귀에 속삭였어.
“동막으로 가봐.”
그래서 나는 바람을 믿었어.
바닷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조용했어.
아무도 웃지 않았고, 아무도 소리내어 걷지 않았지.
칼국수집 간판은 바람에 조금 기울어 있었어.
나는 예전에도 와본 적 있는 자리, 창가 맨 끝에 앉았어.
그 자리는, 아주 조용해서, 마음이 잘 들리는 곳이었거든.
바다는 유리창에 기대어, 마치 오래된 슬픔을 비추듯 흔들리고 있었고.
“칼국수 하나 주세요.”
나는 말했다기보다, 그냥 바다에게 속삭였던 것 같아.
아무도 듣지 못해도 괜찮았어. 나는 그저, 그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그가 들어왔어.
문이 살짝 열리며, 바람이 따라 들어왔고
그는 첫걸음만으로도 공기의 무늬를 바꾸었지.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어.
대신 심장이 조금 먼저 알아차렸어.
그 사람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는데,
그 조용함 속에 내가 오래도록 기다리던 것이 들어 있었지.
그는 내 쪽으로 걸어왔어.
마치 우리 둘만 알고 있는 약속을 지키러 온 사람처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는 그의 신발을 먼저 봤어.
낡은 갈색 보트슈즈.
많이 걸었을 거야. 아주 먼 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그래서 나는, 그 낡음이 멋지다고 생각했어.
그가 내 앞에 와서 말을 걸었을 때,
나는 고개를 들었어.
그의 눈빛 속에서 나는 별을 하나 봤어.
낯선데 이상하게 익숙한 별.
마치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별이었을지도 몰라.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어.
왜냐면 이름을 부르면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 같으니까.
이 순간의 마법이.
우리는 그냥 앉아 있었어.
식어가는 칼국수가 앞에 있었고,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하며
두 사람 사이를 조용히 지켜주었지.
나는 생각했어.
이 사람, 나를 알고 있어.
나는 아직 그를 만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 시작된 거야.
오후 3시 16분에.
내가 칼국수를 먹으러 갔던 그날,
아주 먼 미래에서 걸어온 사람이
나에게 조용히 다가왔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