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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해안의 변주곡들은 모두 진실인가?

기억은 관점에 따라 달리 기록된다. 과거는 다시 쓸 수 있다.

by stephanette

1. 진실은 하나인가?

나는 ‘동막해안의 칼국수집’에서의 만남에 대해

다양한 변주로 글을 써왔다.

같은 사건, 다른 장르.

같은 장면, 다른 어조.

같은 대사, 다른 감정선.

그러면 묻고 싶다.

그 모든 이야기는 다 진실일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2. 기억은 편집이다.

인간의 기억은 녹화된 영상이 아니라,

회상될 때마다 새롭게 조립되는 이야기다.

경험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며,

해석은 시점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동일한 사건조차도,

그때의 내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색채로 기억된다.


3. 관점이 바뀌면 과거도 바뀐다.

나는 그것이 글쓰기의 힘이라고 믿는다.

과거의 한 조각은

나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엔 손 안에 담기는

한 줌의 따뜻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관점은 카메라 앵글처럼

장면을 자르고, 강조하고, 덧칠한다.

관점의 전환은

이야기의 방향을 통째로 바꾼다.


4. 기억은 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과거는 고정된 저장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텍스트다.

그 텍스트 위에

내가 지금의 언어로

주석을 다시 달 수 있다면,

나는 나를 다시 이해할 수 있고,

나의 시간을 다시 걸어갈 수 있다.


하나의 사실은 단일한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그것을 마주하는 나의 시점이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나는가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그러므로 과거를 바꾸고 싶다면,

나를 바꾸면 된다.


그러므로,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내가

보는 동일한 사실은 모두 다 달라질 수 있다. 관점의 전환이 있다면.


사족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가,

그리고 미래의 내가 보는 ‘동일한 사실’은

모두 다르게 쓰일 수 있다.

그것이 관점의 힘이다.

기억은 구조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덧칠되는 생생한 유기체다.

그리고 나는 그 위에

오늘도 하나의 변주를 더 얹는다.

이것은 내면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족의 사족

현대 뇌과학: 기억의 재구성 이론(reconstructive memory theory)

- 기억은 뇌 속에 '고정된 파일'처럼 저장되어 있지 않고,

회상될 때마다 시냅스 네트워크가 다시 조립(reconstruction)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기억은 저장된 것이 아니라, 호출할 때마다 재구성된다."


"경험된 세계가 곧 나의 세계다."

-메를로퐁티


"해석되지 않은 텍스트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탠리 피시, 해석공동체 이론(interpretive communities)

: 사건 혹은 텍스트는 그 자체로 고정된 의미를 가지지 않고, 해석을 통해서만 의미를 갖는다.


"언어는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미뤄지고 지연된다."

자크 데리다의 차연(différance)의 개념에서처럼.

그러므로, 사건조차 하나의 고정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읽히고 주석 달리고 해석되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기억은 저장된 게 아니라

매번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에릭 캔델(Eric Kandel), 기억을 찾아서(In Search of Memory, 2006) 도서

즉, 뇌에서 기억은 고정된 저장(storage) 이 아니라 가소성(plasticity) 을 통해 매번 다시 활성화되며 재구성된다. 학습과 기억이 시냅스 간 연결 강화로 구현되며, 장기기억으로 갈수록 회상될 때마다 변화할 수 있다.


"기억은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되는 것이다."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

그러므로, 외부 정보나 질문 방식에 의해 쉽게 왜곡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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