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J 시점 – “침묵은 질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먼저 타지 않았다.
상대가 한 발 앞서 있었고,
나는 순서를 존중한다.
그 사람은 15층을 눌렀다.
나는 12층.
버튼을 누르고 나란히 섰다.
양쪽 벽에 등을 둔 채, 우리는 각자의 시선을
디지털 층 수 표시기에 고정시켰다.
1층.
2층.
3층.
나는 안다.
이 공간은 이동을 위한 수직 통로일 뿐이라는 걸.
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퇴근길.
쓸데없는 말 한 마디가
하루의 리듬을 불필요하게 흐트러뜨릴 수 있다.
그가 슬쩍 나를 본다.
나는 살짝 목례를 한다.
짧고 명확하게.
예의는 차리되,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
7층.
8층.
내릴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정원 11명, 적재하중 900kg”이라는 표기를 본다.
묘하게 이 숫자들을 매번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12층.
“띵.”
문이 열렸다.
나는 짧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말없이 내린다.
그 침묵 안에는
불편함이 아닌 규율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를 만들 수 있는,
단단한 공기의 형태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