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유형별 엘리베이터 안 생존기

ISTJ 시점 – “침묵은 질서다”

by stephanette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먼저 타지 않았다.

상대가 한 발 앞서 있었고,

나는 순서를 존중한다.


그 사람은 15층을 눌렀다.

나는 12층.

버튼을 누르고 나란히 섰다.

양쪽 벽에 등을 둔 채, 우리는 각자의 시선을

디지털 층 수 표시기에 고정시켰다.


1층.

2층.

3층.


나는 안다.

이 공간은 이동을 위한 수직 통로일 뿐이라는 걸.

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퇴근길.

쓸데없는 말 한 마디가

하루의 리듬을 불필요하게 흐트러뜨릴 수 있다.


그가 슬쩍 나를 본다.

나는 살짝 목례를 한다.

짧고 명확하게.

예의는 차리되,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

7층.

8층.

내릴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정원 11명, 적재하중 900kg”이라는 표기를 본다.

묘하게 이 숫자들을 매번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12층.

“띵.”

문이 열렸다.

나는 짧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말없이 내린다.

그 침묵 안에는

불편함이 아닌 규율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를 만들 수 있는,

단단한 공기의 형태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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