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유형별 엘리베이터 안 생존기

ENFP 시점 – “이 침묵, 나 미쳐버릴지도 몰라”

by stephanette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누가 타고 있었다.

말 한 마디 없이 나를 본다.

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웃음은 인류 보편의 사회적 윤활유니까.)


“안녕하세요~!”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ISTJ 계열이다.

에너지 낭비 안 하고, 말수 적고, 원칙적인 사람.

딱 느낌 왔어.


나는 14층, 그는 12층.

층 수를 누르고,

침묵.


1층.

2층.

3층…


…아악.

이 정적.

이 가만히 있는 시간.

말을 안 하면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


"엘리베이터 참 조용하죠~

요즘엔 버튼도 터치식이라 소리도 안 나고~

옛날엔 ‘딸깍’ 소리 나서 오히려 좋았는데~ 그쵸?"


그는 조용히 디지털 층 수를 본다.

입은 다물었지만,

눈은 '그런 걸 왜 지금 말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속으로

“좋아, 실패. 플랜B로 가자.”


"저기... 요즘 날씨 진짜 좋지 않아요?

근데 봄치고는 또 미세먼지가 좀 많기도 하고…

아, 근데 이런 날은 또 라떼 한 잔 생각나지 않아요?"


그는 무반응.

하지만 나는 그가 살짝 코웃음 치는 걸 봤다.

그게 바로 나의 작은 승리.


12층.

그가 내린다.

그 순간

"안녕히가세요~!”라고 나는 말을 건넨다.


그는 스텝이 살짝 꼬여서

목례를 다시 꾸벅 한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홀로 남아

입꼬리를 올린다.

말은, 언젠가는 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격 유형별 엘리베이터 안 생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