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팅의 추억-너무 커서, 너무 빨랐던 미팅

180의 릴리시카와 192의 농구동아리 남학생, 그리고 DVD방

by stephanette

컴퓨터 동아리에 가입을 했다.

이유는 하나다.

언니가 있어서.

그래서 언니가 정말 싫어했다.

하긴, 대학도 언니가 다니는게 좋아보여서 갔다.

싫어할 만도 하다.


학과 전공 시간에 구글, 인터넷이 무엇인지 수업을 했었으니

진짜 옛날 이야기이다.

컴퓨터를 분해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해서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게임을 만들거나

대학 축제에서 그런 전시를 했었다.


평소에는 동방에 가서

테이블에 놓인 얇은 공책에 낙서를 하면서 왔다 간 흔적을 남기는 게 다였다.


당시 과친구들이 같이 들어갔다.

나의 절친들은 나만큼 키가 커서 다른 친구들이 병풍이라고 불렀다.

태양을 가린다나.


동아리 선배가

엄정한 기준에 맞춰서 미팅을 주선해줬다. 특별히 우리 친구들을 위해서.

기준은 키

농구 동아리 남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2:2 미팅을 했다.

나보다 크겠지 하고 나갔는데

정말 키가 크다.

192였나.


같이 지하철을 타고 명동을 갔다.

지하철을 타는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

당시 나는 8센티짜리 힐을 신었더니, 180이 넘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 둘을 쳐다봤다.

아저씨들이 나를 올려다보며 흘깃거린다.

창피했다.


명동에 가서 거리를 구경하다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당시 막 생기던 DVD방이라는 곳을 갔다.

잔잔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나야 뭐 영화광이었으니까.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그 남학생이

슬며시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는 안만났다.

언제 봤다고 스킨십을...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지만,

당시에 난 그랬나보다.


하긴, 사람들 눈에 너무 띄어서 도무지 같이 다닐 수가 없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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