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트 MT의 추억

장소는 역시나 강촌

by stephanette

30년도 더 전의 이야기이다.

난 나이들어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었다.

그건, 내 직업 상 나이 든 사람이 유리해서이다.

잘은 안된다.

어쩌겠나.

난 500살인데 어떻게 봐도 동안이다.


학령 전에는 안경을 쓰고 싶었다.

사촌오빠의 뿔테 안경이 너무 멋져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눈이 나빠지기를 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눈이 나빠지고

점점 더 나빠지니

이제는 그만~~ 하고 싶다.


조인트 엠티 이야길 하다가 이런..

유명대학의 배를 만드는 학과 학생들과 엠티 약속이 잡혔다.

우리 과도 워낙 인원이 많은데다가

그쪽 학생도 많아서 백명은 넘었던 것 같다.


과대는 뭔가 준비를 많이 했나보다.

숙소는 강당보다 더 큰 방이었다.

앞에는 도화지에 쓴 단어들을 보여주며

게임이 한창이고

뭐 별 재미도 없었는데 어찌나 다들 좋아하는지

나야 당연히 밖으로 나가서 조용한 곳을 찾아 나섰다.


학생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앉았길래

그 옆에 슬며시 앉았다.

이럴 땐, 노래가 빠질 수 없지.

그래서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다 아는 발라드.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 번~"

그게 끝나면,

다시 또 발라드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 였 었 나 요~"

그렇게 노래를 이어갔다.

누군가의 레파토리가 끝나면,

다른 누군가가 이어서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

노래를 이어가는

다 같이 조용조용 노래를 부르는

그 기분이란.


밤이고

야외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별이 빛나고

별이 움직인다.

별자리가 움직이고

짙은 하늘은

점점 희미하게 변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새벽 안개가 자욱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밤새 노래를 했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강가로 갔다.

배가 있었다.

또 누군가는 굳이 그 배를 타겠다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그 강을

배를 타고

제대로 젓지도 못하면서

노를 저으라고

남학생들은 소리를 치고

배는 빙글빙글 돌고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인트 엠티의 기억이다.

다들 뭐하고 살고 있을까.


아, 참!

그 다음에 학과 우체통으로

어떤 남학생이 학보를 보냈다.

당시에는 학보에 띠지 안쪽에다 편지를 써서

좋아하는 상대에게 학보를 편지처럼 보냈었다.


완전 기대했는데

펼쳐보니

시가 한편 써 있다.

김춘수의 꽃이다.

실망이다.

너무 다들 아는 시잖아.


몇번 학보가 더 왔는데

관심이 없었다.

김춘수의 시라니. 이런. .

차라리 장 그르니에의 섬을 보내거나 했으면

만나거나

사귀었을지도 모른다.


멋도 모르던 어릴 적 이야기이다.

근거도 없이 자신만만하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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