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대학에 가서 놀기

학생 식당에서 팔던 돼지 모양의 팥앙금 빵이 맛있었다.

by stephanette

대학 때는 남의 대학에 자주 놀러갔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연약하고 내향형이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친구들은 내가 대문자 E라고들 한다.


자주 놀러가던 대학이 있다.

그냥 아는 친구를 보러.

가서 그 친구네 과의 선배들과도 친했다.


그 학교는 학생식당에서 돼지 모양의 하얀 앙금이 들어있는 빵을 팔았다.

빵 굽는 냄새에 홀려서 가면

돼지 얼굴의 모양을 하고 웃고 있다.

난 귀를 제일 먼저 먹었다.

파사삭 하고 부서지는 빵의 질감이 좋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텁텁한 그 앙금도.


그 친구는 전공과 상관없이

음악대학의 연습실에 가서 자주 피아노 연주를 했다.

음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서

언제든지 빈 칸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그 곳을 가면,

늘 그 친구네 학과 선배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자주 인사를 하고 연주를 듣곤 했었다.

다 물리학과였는데,

물리를 하는 사람들은 피아노 연주가 필수였나보다.

신들린 연주를 들으면서

매우 수학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글쎄, 연주자들의 연주와는 다른 그런 에너지가 있었다고 해야하나.


가끔 그 때 생각이 난다.

할 일 없이

남의 대학에 가서

학생식당 밥을 얻어먹고

구경하고 돌아다니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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