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아 전문 농부, 릴리시카입니다

인간 소외에서 연대로, 감정의 밭에서 자라는 질문들

by stephanette

나는 500살 먹은 흡혈귀 할머니이자,

농부다.

당연히 은유다.


어제 농사일을 하다가

학생들에게 ‘인간 소외’에 대해 강의했다.


농사를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미 수없이 반복된 개념들을

다시 정의하고

감정을 건드려

생각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게 만드는 것.


그걸 나만의 농사법이라 부른다.

영화도, 소설도, 이론서도, 강연도, 논문도

모두 내 밭의 비료다.


매우 쉽고 간단하게 시작해서

끝까지 밀어붙인다.

언제까지?

상대가 따라올 때까지.

아니,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 굴러갈 수 있을 때까지.


내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씨앗이 잘 발현되게 하려고.


그러니까,

단어로 말하자면—

씨·발·아 전문 농부다.


…서론이 길었다.


어제, 연대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간 소외에서 벗어나는 길.

그건 결국, 연대다.


연대는

그저 친분이 아니다.


연대는

서로를 돕고,

책임을 지는 일이다.


내가 그 뜻을 몰랐던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지금의 내가 그 뜻을 다시 보니—

울컥했다.


나는 지금

누구와 연대하고 있을까.


내가 무너질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내 주변 누군가가 휘청일 때,

나는 어떤 모양의 손을 내밀고 있는가.


어쩌면,

멋진 인생의 길은

이 질문들을 따라가는 그 길목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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