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성격을 읽는 농부

정해진 운명은 없지만, 본성을 아는 자만이 제대로 자란다

by stephanette

성격유형 분석을 좋아한다.


그래서,

성격을 매우 잘 알 수 있는 것들은 공부했고,

또 공부하고 있다.


MBTI는 칼 융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다.

정신의학에서 정식으로 인정하는 성격 유형 체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간단하고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칼 융은 동양 철학에 큰 관심이 있었다.

사주명리 같은 학문들.

나는 사주를 '사람이 태어난 계절을 읽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여름이 성하면 쇠할 일만 남는다.

이처럼 자연의 순환 안에 사람의 흐름도 있다.

사주는 평생 공부해도 모자란 세계이다.

우선, 초보자 소리를 들으려면 적어도 3만명의 사주를 풀어봐야 한다고들 한다.

그만큼 깊고 복잡하다.

그리고 놀랍도록 정확하다.

알고나면, 자신의 출생일시는 숨기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렵지만 계속 공부하게 된다.

사람마다의 본성과 그에 따른 태도 예측은 매우 정확하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재미있어진다.

한의학이나, 조선시대 사주 명리를 배우는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점성술이나 타로도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집단 무의식의 해석 방식'을 보여준다.

하나의 상황을 놓고도 풀이하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나는 지혜로운 해석자들의 관점을 따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느끼고, 말하는지에서

사회 현상이나 인간 관계에 대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애니어그램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성장의 방향을 잡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단점은,

스스로 자기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

왜냐하면,

이 체계는 원래 스승이 도제식으로 유형을 정해주던 방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년 동안 내 본 유형의 날개 유형을 내 것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검사를 여러 번 해도,

심리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고

그만큼 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힘든 시기에

애니어그램은 나를 설명해주었고,

나를 회복하게 해주었다.

(건강한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를 여러 레벨로 분류해 놓아서

자신의 정확한 포지션을 관찰하여 성장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성격유형 검사들에 관심이 많다.

이유는 한가지이다.

나를 분석하기 위해서

그런데 하다보니, 내 업에도 도움이 된다.

씨앗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농사법을 쓰게 되는 장점이 있다.


강압적으로 몰아붙여서 완벽한 결과가 나오게 하는 양육 방식으로

나는 성장했다.

수치로 따지자면 성공했겠지만,

행복했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나만의 본성에 걸맞는 효율적인 방식이었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나의 성향이 아닌 삶의 태도를 탑재해서

사회 생활을 하는데 편리하고 유능해지긴 했다.


수십억명의 사람들 그 각각에는 수십억개의 성장의 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에 맞춰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만큼,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만큼,

그들의 여정을 함께해주려 한다.


때로는 거리를 두고 기다리며,

때로는 앞에서 손을 내밀며,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도—

그 사람의 본성에 맞는 방식으로.


나는 그렇게

멋진 농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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