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같은 노래를 백번 듣는다.

한곡을 50번 부르고 나서야 내 노래가 된다

by stephanette

가족들과 노래방을 자주 가는 건 아니다.


노래방을 가면,

내가 제일 노래를 못한다.


언니는 대학 때,

교수님들이나

연배 많은 선배가 오면

호출이 왔다.

와서 노래하라고.

그러니까, 일명 가수이다.


가수와는 전혀 다른 전공이다.


아빠는 목소리가 좋다.

내 아빠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성악 전공을 한 것처럼

굵은 저음에 바이브레이션이 있다.


그래서 아빠가 말을 하면,

그 내용은 별로 듣고 싶지 않지만

목소리 때문에 들을 때가 있다.


엄마는 워낙 성가를 많이 해서

성당 성가대에서 솔로를 많이 한다.


그러니,

가족 중에

내가 가장 노래를 못할 수밖에.


언니에게 비법을 물어본 적이 있다.

20대였었다.

언니는 늘 간단하게 한마디로 끝낸다.


"응 100번 듣고 50번 부르면 돼."


아빠보다 더하다.

지독하군.


그러고 나서 나는 좋아하는 노래는 무한 반복으로 듣는다.

하긴, 언니가 그런 말을 하기 전엔

노래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우리 집에서 음악 감상은 금기이다.

이유는 생산력의 저하.

웃기지만 그랬다.

성적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다 금지였다.


언니는 늘 라디오를 몰래 들었다.

당시 유명하던,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던가


그리고, 그때는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아파트 상가 1층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 간다.

그리고 노래 제목들을 적은 종이를 건네주면,

레코드판으로 테이프에 녹음을 해주고 돈을 받았다.

가끔 신곡이 나오면

레코드 판에 딸려오는 가수의 브로마이드 같은 것을 학생들에게 줬다.

언니는 단골이라 그런 것들을 잘 받아왔다.


내가 아는 노래는

거의 집에서 언니가 부르는 노래를 어깨 너머로 들은 것이다.

원곡은 잘 모른다.

80~90년대의 발라드를 좋아한다. 다 언니 커버곡이다.


좋아하는 노래는 없다.

많이 들으면 좋아하게 된다.

음악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들을수록

많이 부를수록

그 곡은

내 안에 새겨지고

반복하는 만큼 깊어지고

감정도, 리듬도, 추억도

한 겹씩 샇여서 '나만의 것'이 된다.


나의 성향일지도 모른다.

같은 감정을 여러 방식으로 써내고

같은 기억을 변주하고

같은 음악을 다른 장르로 부르짖는 것


그러니까 내가 하는 것들은

늘 나를 사랑하고

나를 확신하고

나를 반복해서 들여다보는 예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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