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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Dec 24. 2020

003. 인생에서의 실패, 실패란 것은 무엇일까?

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_ 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

20살, 재수학원에서의 하루하루, 무엇을 해야 하는 나이일까

대학 진학이 일반적인 인생 과업이라면 나는 그 시절에 이루어야 하는 나의 인생 과업을 이루지 못했다.

재수를 했기 때문이다.

너무 극단적이고 엄격한 평가라고 생각이 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린 요즘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가지 못했으니 당시 나의 기준에서는 당연히 그것은 실패였다.


그 시절을 모두 한번 떠올려보자.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오로지 대학을 가야 한다며 수업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공부해야 한다고 했고,

학교의 모든 교육은 대학 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부모님 역시 우리가 대학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며

우리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준다.

학업에 관심이 없었던 친구들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갑자기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대화는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지지만, 대학 진학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수도권이건 지방이건 4년 제이건 2년 제이건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나의 경험이 인문계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이야기는 쓸 수가 없다.

나의 경험이 전체를 대표할 수도 없고, 사실 이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를 다니는 느낌이었다.

조금 살을 붙여서 말하자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내가 그동안 살아온 18년의 세월이 마치 대학교 진학을 위한 것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 외의 목표는 생각하기가 참 어려웠다.


수능 시험을 망치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실패라고 느꼈을 수밖에…


하지만 나에게 재수를 했던 시간은 아주 소중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20살의 실패는 21살, 22살에 만회할 수도 있었고,

대학 진학은 꼭 고등학교 졸업 직후가 아닌 더 나이를 먹고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대학을 좀 가지 않으면 어떤가 싶다

대학 진학은 진학 여부도 진학 시기도 모두 선택의 영역이지 의무의 영역은 아니다.

반드시 남들과 같은 시기에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20살이나 21살이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시기 아닌가?

 

36살이 되고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17살부터 20살까지의 시기였다.

17살부터 20살까지는 대학 진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했던 시기였다.

감수성이 가장 풍부하고, 호기심이 절정이고, 학습 능력이 뛰어날 때

왜 대학 진학을 위해 하고 싶었던 많은 것을 포기했는가 에 대한 생각을 지금에 와서야 한다.

그때에는 그런 호기심에 빠져 더 엉뚱한 짓도 시도해보고, 실패해보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마음껏 고민해야 했다.  


나의 재수는 실패가 아니라 그냥 과정이었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세웠던 내가 목표를 이루는 과정.


당시 나는 삶의 목표를 세울만한 경험도 없었고, 시야도 넓지 못했다.

그러니 대학 진학이라는 인생의 일부인 의사결정이 당시 나에게는 커다란 목표였다.

단기적인 목표로 보았을 때 재수는 실패였지만,

내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재수의 시간과 경험은 나의 삶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공부하는 방법, 공부의 목적, 그리고 삶에서의 중요한 기준들을 배웠다.

아주 소중한 과정이었고, 그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삶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물론 삶의 목표를 명확하게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재수의 경험을 통해 나의 삶이 흔들릴 때

무엇을 우선으로 두고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는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모든 결과의 성패는 판단할 수가 없다

우리는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정말 별로 였던 친구가 어느 날 굉장히 멋진 사람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지 않는가?

부모님도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과정에 있고 우리도 그렇다. 그저 먼저 산 사람들의 경험들이 사회에 쌓여있고, 그것이 제도화되었고, 규범화되었을 뿐,

사실 모든 것은 과정 아닐까?

사회도 법체계도. 하물며 맞춤법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의 것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세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Q of OUTRO

그렇다면 결혼과 출산의 여부와 시기가 우리의 삶의 과업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결혼과 출산의 여부와 시기를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삶의 과업에 편입시켜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 스스로 결혼과 출산 여부와 시기로 주눅 들거나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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