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_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대부분의 사람이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인생의 과업들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어린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 그리고 인생에서의 관혼상제 같은 것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관(취업)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해왔다.
관이 해결되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는 혼이 되었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그렇게 대학을 위해서 ‘공부는 열심히 하니?’라는 질문을
주변 어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그리고 공부와 성적은 주변 어른들이 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대체 그들이 뭐라고 성적으로 나를 판단한다는 말인가? 잘 살고 있니?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싶니? 요즘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니?
요즘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이니? 요즘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이니? 등을
물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
나는 그 질문에 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기준은 반드시 달성해야 옳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무언의 압박을 느꼈었다.
지금은 그 기준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 세상의 기준이었다.
대학을 입학하면 취업은 했니? 가 어른들의 주된 질문이었고,
그 이후에는 ‘결혼했니? 결혼 언제 할 거니? 연애는 하니?’가 어른들의 주된 질문이었다.
확률 100%의 사건, 결혼?
결혼에 대한 생각은 10대 때에는 막연했고, 20대 초반에는 멀지 않은 일이었고,
20대 후반에는 현실이었고, 절대적이었다.
20대의 나는 반드시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처음 밝혔듯이 가장 어이없고, 의미 없는 기도를 했던 것을 보면,
나는 나의 결혼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반드시 일어날 일,
확률 100%의 사건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20대 중반의 연애는 내 인생에서 꽤 중요한 연애였다.
연애 기간도 길었지만, 누군가를 좋아해서 참고 견딘다는 것을 경험한 연애이기도 했고,
긴 기간에 비해 물리적으로 서로가 너무 떨어져 있었던 연애였으며,
사랑과 관련하여 바보 같다고 여겨왔던 행동들을 나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연애였으니 말이다.
그때의 남자 친구 J는 연애 초기부터 나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많이 늘어놓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J는 ‘너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점점 더 확신이 생겨.’라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J와의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무엇이든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하기도 한다.
늘 나의 미래의 가족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얀 벽, 거기에 놓인 3인용 갈색 가죽 소파, 얇은 커튼이 드리운 커다란 통유리 거실 창문,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곳을 뛰어노는 – 내 딸로 추정되는- 단발머리 어린이.
상상 속에 남편은 없었다, 결혼을 하면 지금의 어려움이 해결될까
나는 늘 상상 속에서 나의 시점에서 나의 딸을 바라보았다. 늘 그렇게 둘 뿐이었다. 결
혼을 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확신은 했지만, 나에게 남편은 없었다.
J는 나의 그 상상 속에 자신이 있기를 바랐다.
J를 아주 오래 만나고 나서야 그 상상 속 거실에 J를 조금씩 들여놓을 수 있었다.
나의 상상의 공간에 J를 들여놓는 일은 사실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렇게 J는 나에게 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교환학생을 갈 때에도,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유학을 결정할 때에도
언제나 나에게 결혼을 이야기했었다.
당시 나는 J와 물리적 거리가 매우 멀어진 상태로 연애를 지속해야 했기 때문에 나
름대로 관계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을 해 보았다.
특히 나의 직장 생활에서의 어려움이나 삶에 대한 회의가 몰려올 때에는 더 그랬다.
J와 결혼을 하게 되면, J와 함께 유학을 가게 되면, J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면, 내 삶이 달라질까?
내가 지금 겪는 이 어려움이나 답답함이 해결이 될 수 있을까?
당시 내가 유학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욕심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J와 결혼하지 않고, 유학을 가려면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장학금을 받아야 했다.
부모님은 유학 자금을 대 줄 정도로 자금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해서 장학금을 받아야 했는데,
나는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조금만 더 일을 하면 내가 생각하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J와 함께 하지 않더라도 나 혼자서도 나의 삶을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A of OUTRO
삶이 힘들고, 지치고, 흔들리는 그 순간에는 도피처럼 J와의 결혼을 한 번씩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끝에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혼이 네 인생의 답이 될 수 있을까?
결혼이 너의 방황과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아니, 결혼은 답이 아니야.”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