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 Jan 13. 2021

006. 결혼이 정답일까  - 두 번째 이야기

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_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그때 결혼을 했더라면

J와의 연애는 결국 끝이 났다.

나와 J는 결혼하지 않았다. 다만, J가 나와 헤어진 이후 6개월 안에 결혼을 했다는 것만 알았다.

그것도 구질구질하게 J의 소셜미디어를 찾아보고, 혼자 알고, 혼자서 힘들어했다.


J의 결혼식 사진을 보다가 나는 깨달았다.

J의 결혼은 나와 이야기했던 모든 조건들이 그대로였다.

다만, J의 옆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특별하게 만들고, 서로로 인해 자신이 특별해 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마치 J의 결혼이라는 커다란 기계에서 고장이 나서 교체되어 버린 부품처럼

J의 결혼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J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인생에 있어 나라는 존재는 특별하지 않았고,

 마치 J의 목표를 위해서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부품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와의 연애를 한 나의 시간과 그 연애에 쏟아부었던 나의 감정들이 갑자기 너무 아까웠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나는 왜 그와 그렇게 오래 연애를 했을까?

나는 왜 그 많은 시간 그의 약속을 믿고 혼자 힘들고 아프고 견뎠던 것일까?


갑자기 너무 억울했다.


나는 J가 내 삶에서 특별했었기에 그리고 그만큼 오랜 시간을 마음을 나눴기에

이별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는 고작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배신감과 억울함이 몰려왔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때 헤어졌더라면

“내가 J와 처음 헤어짐을 결심했던 그때, 그와 헤어졌다면, 내가 누군가와 결혼을 했을까?”


친구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다들 단답형으로 답을 보냈다.


“아니.”


그 순간 웃음이 났다. 친구들의 답에서는 단호함마저 느껴졌다.

맞다.


나에게 혼자인 시간이 더 길었다 하더라도 나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결혼을 하지는 않았겠지? 더 많은 연애를 했겠지? 그래,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할게. 미안.”


그러나 그 이후로도 결혼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었다.

특히 나의 절친한 친구인 JH1과 JH2가 결혼을 할 때에는 더욱 그랬다.


JH1은 나보다 3년 어린 친구여서 30살에 결혼을 했다.

그 결혼식을 지켜보며, 나는 30살에 뭐 했지? 싶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인생의 과업을 이루어 가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


JH2는 나와 재수학원 친구인데, 동갑이었다.

JH2가 결혼을 할 때에는 동갑인 친구도 결혼을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제일 친한 친구 둘의 결혼으로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고,

이제 누구와 놀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결혼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시작되었다


‘유학을 가고 싶은데… 결혼을 하고 남편이랑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 유학을 함께 갈 수 있는 남자를 만나자.’


‘회사를 그만두고 예술 사업을 하고 싶은데, 결혼을 하면 그때 남편하고 상의하고 해야지.

 아니면, 아예 예술 계통 쪽 직업을 가진 남자를 만나야 하나?’


이때부터 모든 하고 싶은 일들은 ‘결혼 후’에 남편과 상의를 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들이 되었다.

결혼이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고, 아직도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찾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 에너지는 내 또래가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와는 달랐다.

안정된 직장에서 인생의 다음 과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나는

분명 살아가는 방식이나 그리는 미래가 달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같이 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우선은 이러한 나의 삶의 방식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찾아야 했다.

내가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에 따라 그와 비슷한 삶의 방향성을 가진 남자를 찾아야 했다.

그냥 결혼할 남자를 찾는 것도 어려운데, 이것은 집안, 경제력, 학벌, 외모보다도 더 어려운 조건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나 역시 나의 삶의 방향성이 바뀔 때마다

내 옆에 있지도 않은 나의 파트너를 부품 교체하듯이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하건 결혼을 선행조건으로 놓으니 결혼을 하지 않은 나는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도 없었다.

당연히 그 어떤 것도 실행할 수 없었다.

나의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니, 결혼의 목적도 찾을 수 없고,

사람은 부품처럼 그 계획에서 계속해서 교체되고,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어졌으며,

결국 나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지 못하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이 되어 있었고,

그저 길 위에 방황하는 삶에서 휘청거리는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결혼은 선행조건이 아닌 나의 여러 가지 선택 들 중 하나일 뿐

당시 결혼한 언니들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결혼을 하는 것도 좋지만, 결혼을 하면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아.
지금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제약 없이 할 수 있잖아. 부러워.


당시에는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가진 자들의 불평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과 삶의 방향성과 관련해서 매일 생각하던 과정에서 언니들의 조언이 마음에 와 닿았다.


‘맞아. 지금 나는 나 스스로 선택의 제약을 만든 거야.

나는 아이도 없고, 나의 의사결정에 있어 고려해야 할 남편도 없잖아.

그런데 왜 나 스스로 결혼이라는 감옥을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잖아.

정말로 나는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잖아.

결혼은 선행 조건이 아니라 그냥 나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선택 중 하나,

내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 중 하나일 뿐이잖아.’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나는 유학을 선택하건, 사업을 선택하건,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선택하건,

그런 선택처럼 결혼도 생각하면 된다.


결혼은 선행 조건이 아니다. 그냥 여러 가지 의사 선택 중 하나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동일선상에 놓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저 하나만 선택하면 되었다.

결혼과 엮어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고,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었던 것들이 정리가 되면서

그다음 걸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차근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나의 삶의 방향성도 정해지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또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때 결혼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 되겠다 싶었다.


결국 또 한 번 느꼈다.


A of OUTRO

결혼은 선택의 문제이고, 결혼은 삶에서의 선행조건이 아니다.


여전히 나에게 결혼은 답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05. 결혼이 정답일까 - 첫 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