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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큐레이터 Aug 03. 2016

브렉시트,
영국문화계에 어떤 역풍을 끼칠까?

<출처:서울아트가이드 7월호, 필자가 썼던 글. 조금 긴 버젼입니다> 


영국이자꾸 EU에서탈퇴를 한단다. 


브렉시트 (Brexit·영국을 뜻하는 ‘브리튼(Britain)과 ‘출구’(Exit)의 합성어)를 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6월 23일 국민투표를 약속했다. 탈퇴캠프는 유럽난민사태를 내세우고, 프랑스 칼레 항구 이미지를 통해 안보문제에 빨간불이들어왔음을 강조한다. 파리 테러에 이민자2세가 관련했단 사실은 안보 문제를 반이민정서, 반무슬람감정과 연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시점에 런던의 새로운 시장으로 무슬람 사딕칸 (Sadiq Khan)이뽑히는 역설적 ‘사건’이 펼쳐졌다. 그는영국에 이민온 파키스탄 출신 버스 운전사의 아들이다. 사딕 칸은 취임 즉시 브렉시트가 젊은층에 치명타를입힐 거라 경고했다. 정계와 재계의 인사들이 대립이 팽배한 가운데, 문화계의반응은 어떨까? 


6월, 투표 하루 전날까지 런던의 ‘런던뉴카슬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열린 <내이름을 불러줘: 칼레로부터 들려지는 이야기와 그 이후> 전은칼레의 현실을 좀더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수상작가인 니콜라야 벤딕스이스큐임 라센(Nikolaj BendixSkyum Larsen)은 덴마크 출신으로 런던에서 거주한다. 그자신이 이민자였기에, 좀더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 듯하다. 전시에 참여한 원로부터 신진 작가 다수가 말하듯, 문화계 인사치고 국경이 나뉘는 것을, 영국이 유럽을 탈퇴하는 것을 찬성하는 이는 없는듯 하다. 

Call me by my name:stories from Calais and beyond, a Migration Museum Project exhibition, London2016 Red Carpet (2015) © Paul Evans


얼마전 작고한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도 런던건축대학 졸업 후 런던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와영국 AA건축학교동기이며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인 론 아라드 역시 이스라엘인이지만 런던에서 활동한다. “예술가들은 원하는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어야해. 국경이없으면 없을 수록 좋아.” 론 아라드에게 브렉시트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인테리어회사를 경영하며 왕립예술학교에서 유학생들을 접하는 디자이너 에이브 로저스도 현 정책으로 영국은 우수한 인재들을 잃고 있다 아쉬움을 토했다. 영국에선 현재 타 유럽권 수많은 졸업생들은 졸업 즉시 비자가 종료된다.‘티어-1’이라는예술가 비자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회사가 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에게 고연봉을 보증해야나오는 노동 비자는 양측에 큰 부담이다. 게다가 예술가는 프리랜서로 작업하며 여러 고용주와 관계를 맺는 창조산업직과도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작년 가디언지에는 터너상 수상 작가 그레이슨페리를 비롯한 영국문화계 인사 15인이 “이민법을 고치지 않으면 영국 문화계가 거의 한세대의 재능들을 놓쳐버릴 것이다”라고 경고한 글이 실리기도 했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바비칸 센터의 총국장 니콜라스 케이논 경(SirNicholas Kenyon)까지 움직였다. 그는 “우리 센터의 최고 흥행작은 프랑스의 줄리엣 비노쉬가출연하고 벨기에 감독 이보 반 호프(Ivo vanHove)가 연출, 네덜란드 행위예술공연장 토닐그롭(Toneelgroep)이진행한 프로덕션이었다. 이 4개국의 협조는 행정적인 복잡성 없이 진행했기에가능했다”며 런던이 유럽의 창조산업의 중심으로 런던이남으려면 영국이 EU에 남아야한다 주장했다.


옛부터 영국은 우수한 작가들을 흡수하는 데 탁월했다. 안소니 반 다이크는  찰스 1세의 초상화를 그렸고, 미국인제임스 위슬러가 그 뒤를 이어 왕의 초상화를 그렸다. 프러전쟁을 피해 런던에 온 피사로와 모네도 ‘정치적 난민’이었다. 영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루시안 프로이드도 1933년10살의나이로 나치를 피해 영국에왔다. 왕립예술원(Royal Academy)의 의장단에도 독일 출신 울프강 틸먼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는 영국 최고미술상 터너상을 수여받은 최초의 외국작가였다. 몇 년 전 로라 프로보스트도 터너상 수상을 받으며 불어 억양이 섞인 영어로 “영국이 이제 집”이라 말했다. 수상으로이끈 작업 또한 영국기관 그리즈데일 아츠 (Grizedale Arts)의 커미션 작업으로 그녀처럼 레이크디스트릭에 정착한, 나치가 저주한 쿠르트 슈비터스(KurtSchiwtters)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독일관과 영국의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국경을 넘은 문화 교류의 정수를 보여줬다. 올해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독일관의 제목은 ‘고향만들기, 독일, 도착한나라’였다. ‘Open Border Policy’를 상징하고자 국가관에 4개의 큰 구멍을 뚫었다. 지난해 난민 100만명을 수용한 독일의 현재를, 나치정부때 만들었던 국가관의 대리석 건물에 문을 없애고 큰 창문을 만들어 임시 거처처럼 바꿨다. 엄청난결정이다. 전시된작업도 도난 위험이 있는 컴퓨터와 건축 모형은 하나도 없었다. 이민자들이 정착할 수 있는 문화를 상징하는 요거트를나눠주고 난민 주거표 등을 그래픽으로 전시했다.

Making Heimat. Germany, Arrival Country.

Deutscher Pavillon auf der 15. InternationalenArchitekturausstellung 2016 / 

GermanPavilion at the 15th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2016

La Biennale di Venezia

Foto / Photo: © Felix Torkar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리는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매년 런던의 여름을 여는 주요 행사다. 영국에서우수한 건축가들을 초청해 하이드파크 정원에 임시 건축물을 주문하는 이 프로젝트는 매년 스타건축가를 탄생하게 했다.며칠 전 개막한 올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줄리아페이튼존스 서펜타인 갤러리 관장의 은퇴를 기념해, 단 한개의 파빌리온이 아니라 4개의 임시건축물이 추가됐다. 이탈리아계이지만영국 건축계의 대부가 된 리처드 로저스 경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베를린의 바코 레이빙거(BarkowLeibinger), 암스테르담의 쿤레 에드예미(KunleAdeyemi), 이민자 2세 아시프 칸(AsifKhan), 헝가리계프랑스인 요나 프리맨(Yona Frieman), 그리고코펜하겐에 둥지를 튼 비아켈엥겔스 (BI: BjarkeIngels Grou)까지 총 5개의 올해의 주인공들과 이들을 축하하는 문화계인사들이 모였고, 이 파티장에서 유럽은 하나가 됐다.

영국문화계가 유럽발 정치경제적인 역풍을 브렉시트 논쟁을 어떻게 견뎌낼지 궁금하다. 

Serpentine Pavilion 2016 designed by Bjarke Ingels Group (BIG); (10 June – 9 October); Photo © Iwan Baan


Serpentine Summer House 2016 designed by Asif Khan; (10 June – 9 October); Photo © Iwan Baan


Serpentine Summer House 2016 designed by Yona Friedman; (10 June – 9 October); Photo ©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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