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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믿음성(부, 孚)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

-주역으로 본 생각거리 19

by 스테파노

주역에는 부(孚) 자가 종종 나온다.

부(孚)는 ‘믿음성이 있다, 미쁘다’라는 뜻이다.

또 ‘알을 깨다, 알, 기르다’라는 뜻도 있다.


원래 부(孚)는

‘새가 알을 발로 굴려 위치를 바꿔가며 품는 모습’에서 나왔다.

왜 고대 사람은 ‘새가 알을 굴리며 품는 모습’에서

‘믿음성이 있다’란 뜻을 발견했을까?


생각건대 새는 주변의 환경에 아주 예민하여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 도망가는 겁 많은 동물이다.

국어사전에는 오죽하면 ‘겁이 많거나 도량이 좁은 사람의 마음’을

‘새가슴’이라고 명명했을까?


이처럼 겁이 많은 새란 동물도

자기 알을 보살필 때면 태도가 180도로 변한다.

새는 체온을 골고루 전달시키려고

새알을 발로 연신 굴리면서 정성으로 알을 품는다.


이때 새는 새알을 노리고 다가오는 여우, 뱀, 솔개 등

적들의 위협이 있으면 온몸으로 막아선다.

새는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새알을 지킬까?


바로 새란 종족을 이어가야 한다는

타고날 때부터의 사명감 때문이다.

새는 종족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용기를 내어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새알을 지키며

또 정성으로 알을 굴리며 품는다.


주역 시대의 고대 사람들은 ‘믿음성’을

겁 많은 새가 보여주는 세대를 이어가는 사명감,

두려움에 대응하는 용기,

새알을 체온이 골고루 스며들게 보살피는 정성이

어우러진 종합된 개념으로 보았다.


그래서 겁 많은 새도 사명감, 용기, 정성을 바탕으로

버티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새가 보여주는 굳건한 믿음성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란 뜻이다.


주역(11-3)을 보자.


“…(전략)…, 근심하지 말고 그 믿음성이 있으면

즐겨 먹는 음식에 행복이 있군요.

[물휼(勿恤) 기부(其孚) 우식(于食) 유복(有福)]”이란 구절이 있다.


주역은 서른 살이 넘도록 책임자 자리에 집착하여

하루하루를 허송세월로 보내는 청년에게 하는 말이다.


청년은 뱃속까지 남성 중심 문화에 젖어 있다.

청년은 패배자라고 멸시하는 이곳을 떠나고 싶어도

문화가 다른 이웃 세상에서 삶을 이어갈 용기가 도저히 안 난다.


이웃 세상은 지금 사는 이곳과는 영 딴판으로

여성 중심 문화가 짙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주역은 청년에게

말 타고 호기 있게 내달리는 평평한 땅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은 온통 비탈진 땅으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굳게 마음먹고 회복하여 가지 않으면

가는 것이 없다고 도전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다음 주역은

비록 이웃 세상은 여성 중심 문화로 버티기 어렵겠지만

까짓것 죽기 살기로 괴롭고 참아내는 환경을 겪어내다 보면

공동체에서도 비난하지 않는다고 용기를 세워주고 있다.


여기서 부(孚)의 쓰임새가 나오는 다음 구절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역은 “근심하지 말고 그 믿음성이 있으면

즐겨 먹는 음식에 행복이 있군요”라고 말한다.


즉, 문화가 다른 이웃 세상에서 산다고 근심할 것이 무엇 있겠느냐,

겁 많은 새도 믿음성에 의지하여 살아가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사명감과 용기, 정성 즉 믿음성이 있으면

하루하루 밥 먹고 사는 일상에 복이 따르지 않겠느냐?

그러니 걱정을 털어버리라고 위로해 준다.


문화가 영 다른 군대나 해외에서 살려면

초창기에는 매사에 주눅이 들어 생활하는 데에 자신감이 없다.

적응 연륜이나 짬밥 수가 주는 무게가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믿음성은 사전의 의미로 ‘굳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성질’이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 의지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어렴풋이 이해는 되나 쉽게 설명하려면

뭔가 흐릿하여 앞이 막힌다.

(나만 그럴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의 품성에

‘사명감에 의지한 용기와 정성’이 있다면

믿음성이 있어 ‘믿을 만하다, 의지할 만하다’라고 할 것이다.


나같이 관념적 언어에 약한 사람은

단어의 밑바탕이 드러날 때까지 깊게 파고서야 아니,

참 언어 감각과 글재주는 멀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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